"환율, 앞으로 경상수지에 달렸다"

더벨 이현중 기자 2008.09.1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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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JP모건 지점장..9월 위기설은 과도한 위기의식이 자정능력 마비

이 기사는 09월09일(14:2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앞으로 환율 방향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상수지입니다"

금융위기설 진화를 위한 정책당국의 노력과 美금융당국의 패니매 등에 대한 구제금융으로 환율이 사흘째 폭락한 지난 8일.



서울 정동에 위치한 JP모건은행 서울지점 트레이딩룸을 찾았다. 약 70여명으로 구성된 트레이딩센터를 총괄하는 이성희 JP모건은행 지점장은 향후 환율 방향에 대한 해답은 '경상수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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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을 포함한 금융시장 지표를 예상한다는 것은 '신의 영역'으로 비유되곤 한다. 그만큼 신경써야할 변수도 많지만 시장이 예상과 달리 흘러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전망의 기본은 펀더멘털이다. 환율도 달러 수급의 핵심인 경상수지가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하다. 주식 및 채권 등 포트폴리오 자금은 언제라도 들어왔다 나갔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점장은 "사실 이번에 환율폭등에는 외국인 주식자금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외화수급이 수요우위로 돌아선 것이 한 요인"이었다면서 "경상수지까지 적자로 돌아서면서 외환보유액을 둘러싼 이런저런 우려까지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이번 금융위기설이 확산되는 과정을 스노우볼(Snow Ball) 효과로 비유했다. 재정거래가 대부분인 외국인의 채권투자가 스왑시장과 연계된 거래로 만기 때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은 트레이더들에게는 상식 수준의 얘기다. 그러나 외국인 채권 만기가 9월에 몰린다는 팩트 하나만으로 금융시장 전체가 휘둘렸다. 마치 자그마한 눈뭉치가 굴러 내려가면서 거대한 눈덩어리로 변한 꼴이다.


이 지점장은 "위기설의 논리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시장 참가자들은 대부분 아는 사실이지만 어느 순간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자 심리가 더 불안해지면서 위기감이 증폭됐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위기의식이 시장의 자정 기능을 마비시켰다는 것이다.

외환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85학번으로 지난 89년 산업은행에 입행한 후 군복무와 재정경제부 파견 기간 등을 제외하고 줄 곳 딜링룸을 지킨 외환딜러 1.5세대다.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3월 체이스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현직을 지키고 있다.

그는 이번 9월 위기설이 유포되는 과정에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환시장이 투기세력의 온상으로 비춰지는 것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99년 이후 외환시장 제도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제도적으로 미흡했던 것들이 많이 보완된 상황이며 이머징 국가 통화중 거래 유동성 또한 가장 풍부하다고 전했다. 역외 매매 주체들도 모두 투기적 동기에 따라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헤지를 하지 않는 외국인 주식자금의 송금 등과 관련된 역외의 거래를 실수요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앞으로 국내 외화유동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은행의 대고객 선물환 만기도래와 올 들어 나타난 해외투자펀드잔액 감소 등으로 국내 외화유동성이 약 300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당국이 외은지점의 씬캡을 재조정한 영향으로 약150억~200억달러 상당의 유동성 개선 효과도 있을 것으로 봤다.

이 같은 수급에 근거로 앞으로 환율은 경상수지와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 거주자 외화예금과 같은 수급요인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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