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때론 선제공격도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09.0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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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까지 반등 '모멘텀'…추세전환은 글로벌경기에 달려

코스피시장이 호재를 만났다. 단순한 호재가 아니다.

그동안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신용경색 위기가 미국정부의 국책모기지업체 프레디맥과 패니매에 대한 구제조치로 일단락된 느낌을 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동안 글로벌증시를 괴롭힌 악재 가운데 하나가 태풍이 소멸되듯 사라지는 분위기다.



이번 조치는 쉽게 말해 주택관련 채권이나 파생상품에 묶인 자금은 미국정부가 대신 지불해주겠다는 뜻과 다름없다. 그동안 미국내 금융권 뿐 아니라 세계 곳곳으로 퍼진 주택관련 채권을 미국정부가 '이제서야 확실히' 보증을 서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글로벌 증시는 환호할 수밖에 없다.

코스피는 이에 화답하고 있다. 8일 코스피지수는 전 주말에 비해 4% 이상 급등하면서 1460선도 단숨에 돌파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3% 가까이 반등하는 등 아시아 주요증시도 대부분 강세 일색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증시가 단기적인 모멘텀을 맞은 점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장기적인 추세 전환에 대해서는 아직 '글쎄요'를 외치고 있다. 이번 조치가 미국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경기둔화로 까지 번진 상태이기 때문에 코스피의 본격 추세전환은 자신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전병서 한화증권 (3,505원 ▲80 +2.34%)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미국정부의 조치는 글로벌증시에 반등 모멘텀은 줬다"며 "문제는 경기쪽인데, 일단 반등 이후 미국의 주택이나 경기흐름상 지표를 보고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9,220원 ▲120 +1.32%) 리서치센터장도 단기적인 모멘텀을 받아 1600선 초반까지는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아직까지는 경기부담이 남아있어 올해 고점인 1900선까지 다다르기에는 아직 코스피가 힘에 부칠 것으로 관측했다.



서용원 현대증권 (7,370원 ▲10 +0.1%)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가 지속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제 1400선 아래로 깨고 내려가는 두려움은 버려도 좋을 것으로 전망했다.

나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도 '글로벌 경기의 호전여부'에 코스피의 추세전환이 달려있다는 진단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경기는 공포만 벗어나면 언제든 반등할 소지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경기둔화를 촉발시킨 요인은 크게 보면 2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미국주택가격의 폭락에 따른 소비 감소다. 여기에 국제유가 등 상품가격의 급등으로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되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낸 측면이 크다.



하지만 주택가격 폭락은 어느 정도 개선기미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월가에서 가장 신뢰하는 주택가격지표 'S&P 케이스쉴러지수'는 지난 2분기 2.3% 하락해 1분기 마이너스 6.8%보다는 완화됐다. 또 미국의 '지난 6월 20개 대도시 케이스쉴러지수'는 5월에 비해 0.5% 하락,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작은 폭으로 내려갔다.

한국의 '국민은행 주택시세표'와 같은 케이스쉴러지수가 미약하나마 개선 조짐을 보이는 대목은 미국 주택가격이 안정을 찾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해석도 가능하다.

조만간 나올 '3분기 케이스쉴러 지수'가 2분기에 비해 개선되는 양상을 보인다면 코스피는 본격적인 오름세를 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는 시장의 예상을 깬 3.3%였다. 여전히 실물에서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신호인 셈이다.

3분기 미국의 GDP는 1%대로 떨어진 후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월가는 예견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이 2분기 수정 GDP처럼 당초 전망보다 웃돈 수치로 확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유가의 하락세도 물가안정에 기여해 그동안 움츠린 호주머니 속 쌈짓돈이 밖으로 나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월만 해도 배럴당 150불 돌파가 당연시됐던 분위기였지만 이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도 자신할 수 없는 상태다.

이밖에 곡물 등 상품가격의 하락세도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8일 옥수수가격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12월물 가격이 전 거래일에 비해 16센트 내린 부셸당 5.485달러를 기록했다. 대두 11월물 가격도 58센트 내린 부셸당 11.77달러에 마감됐다. 밀 12월물은 25.50센트 내린 부셸당 7.515달러에 장을 마쳤다.

곡물가격들은 모두 연중 최저치를 형성하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그동안 쏠림현상으로 치솟기만 하던 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락하면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1100원선 밑으로 떨어졌다.

최근 경기선행지수의 잇단 내림세도 뒤집어보면 긍정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7월 경기선행지수는 8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유가하락으로 물가가 안정되면서 통화긴축이 완화되는 조짐이 4분기 들어 보이면서 '고통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안정되면서 통화긴축이 완화되고 금리도 안정될 것"이라며 "미국 주택가격도 안정 조짐을 나타내고 있어 국내 증시도 4분기부터 상승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관망했다.

4분기 중 경기선행지수가 저점을 찍은 뒤 내년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김센터장은 예상했다. 이에 선행성을 지닌 주식시장은 4분기 초, 즉 10월부터는 이를 반영해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예측은 좀더 빨리 증시를 상승으로 이끌 개연성은 크다.



최근 증시가 공포나 심리가 좌우하면서 하락을 가속화했지만 공포심이 제거되면 각종 예측을 선행해 우상향 시기가 빠르게 다가올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못한다.

전문가들은 "경기부담이 남아있어 반등은 있지만 계속 상승은 아직은 어렵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그 때까지 기다리면 또다시 뒤늦게 막차를 탈 수도 있다.

단순한 호재가 아닌 호재를 만난 시점에서 '선제적인 공격'을 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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