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러시아, 문제는 경제다

김유림 기자 2008.09.0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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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러시아, 문제는 경제다


8일로 그루지야 사태 발발 1달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독주에 맞서 신냉전도 불사한다는 자존심을 내세우고 있지만 경제 전반에 걸친 파열음이 예사롭지 않다.

러시아 증시는 지난 5월 고점 이후 지난 주말까지 무려 40% 가까이 급락해 이번 여름 단기 낙폭으로는 세계 증시중 가장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5일에는 중앙은행이 서둘러 자국 국부펀드를 증시 부양에 사용할 수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8%가까이 떨어지던 증시는 낙폭을 겨우 4.45%로 줄이는데 그쳤다. 이날 지수는 2년만에 최저점을 기록했다.



지난 5월 최고점인 2487.95까지 상승했던 지수는 이제 1300선마저 위협한다. 루블화와 유가 하락이 증시 폭락으로 전개되는 양상이 지난 98년 러시아 경제위기와 상당 부분 닮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는 지난 5년간의 상품 시장 호황을 등에 업고 실물 경제가 뜨거운 활황세를 보였다. 블라디미 푸틴 당시 대통령(현 총리)에 대한 지지도는 치솟고 과거 미국과 경쟁하던 대국다운 자신감도 회복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신감은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안으로 기업 길들이기에 나서고 밖으로는 서방세계 확장에 참여한 이웃 그루지야를 침공했다.
먼저 도발한 그루지야를 상대로 자국민 보호라는 이유였지만 이 역시 `대국을 건드린 결과`에 대한 자존심 세우기 성격이 강하다.
철강기업 메첼에 대한 반독점 조사는 영국 등 외국 투자자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드는 싸늘한 양상을 연출했다.

이 결과 대외적 환경은 러시아의 당초 계산(?)과는 달리 움직이는 상황이다.
특히 철저히 계산된 리스크 프리미엄에 따라 움직이는 글로벌 투자금의 이탈이 예사롭지 않다. 마침 5년간의 상품 시장 호황이 저무는 때와 맞아 떨어져 경제 냉각도가 더욱 급격하게 느껴진다.
자칫 세계 경제를 침체의 수렁으로 몰고간 98년 디폴트 상황이 재연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이어진다.
그래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는 냉전의 가능성을 포함해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며 강경 일변도의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대국의 자존심이 국민적 생활상을 담보하는 경제를 우선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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