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경제 중심축 국가들의 경기 둔화로 상품 수요가 급감한 데다 그루지야 사태로 리스크가 높아져 글로벌 투자금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 이후 러시아 증시에서 증발한 자금은 70~10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투자금의 러증시 엑소더스로 루블화 가치도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등 경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5일에도 지수는 7.6%까지 급락했다가 정부가 증시 부양에 나설 것이란 루머가 돌면서 낙폭을 4.45%로 만회했다.
하지만 문제는 98년과 달리 현재는 무역 수지 흑자와 견조한 외환보유액, 외국인직접투자(FDI) 증가세(올초) 등 실물 경제가 비교적 탄탄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실물 경제가 견조한데도 불구하고 증시와 외환시장이 불안한 원인을 크게 두가지로 보고 있다. 먼저 가즈프롬이나 세바스탈 등 RTS 지수 구성 기업들의 80%가 원자재 기업들이란 점이다. 원자재 시장은 호황과 불황 사이클을 오가기 때문에 현재 상품가 하락을 증시가 방어할 수 없다. 또 주식시장의 유통 주식 중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정치적인 리스크를 매우 싫어한다는 점이다. 최근 그루지야 사태를 통해 러시아가 보여준 일련의 태도들은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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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러시아 특유의 정경 유착과 기업 길들이기 정책들도 외국인 투자자들을 떠나게 하는 요인이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석탄철강기업인 메첼이 내수용 철강제품을 수출가의 두 배로 책정하는 등 독점행위를 하고 있다며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메첼의 경쟁사인 에브라즈에는 들먹이지 않는 가격 문제로 이고르 주진 메첼 오너를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이런 움직임들은 러시아 정부가 다시 기업 국유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며 러시아 증시 투자를 두 번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