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증시 "5월만해도 잘 나갔는데…"

김유림 기자 2008.09.0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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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잘나가던 러시아 증시가 혹독한 조정을 겪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경제 중심축 국가들의 경기 둔화로 상품 수요가 급감한 데다 그루지야 사태로 리스크가 높아져 글로벌 투자금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 이후 러시아 증시에서 증발한 자금은 70~10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투자금의 러증시 엑소더스로 루블화 가치도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등 경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증시 RTS 지수는 지난 5월 2487.92로 사상최고점을 찍고 지난 5일 1469.15로 마감, 41% 폭락했다. 단기간 하락률로는 올 들어 세계 증시중 최대 수준이다.

지난 5일에도 지수는 7.6%까지 급락했다가 정부가 증시 부양에 나설 것이란 루머가 돌면서 낙폭을 4.45%로 만회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러시아 증시 이탈 현상이 지난 98년 러시아 금융위기와 일부 닮아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에도 유가와 루블화 가치가 하락해 증시가 급락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98년과 달리 현재는 무역 수지 흑자와 견조한 외환보유액, 외국인직접투자(FDI) 증가세(올초) 등 실물 경제가 비교적 탄탄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실물 경제가 견조한데도 불구하고 증시와 외환시장이 불안한 원인을 크게 두가지로 보고 있다. 먼저 가즈프롬이나 세바스탈 등 RTS 지수 구성 기업들의 80%가 원자재 기업들이란 점이다. 원자재 시장은 호황과 불황 사이클을 오가기 때문에 현재 상품가 하락을 증시가 방어할 수 없다. 또 주식시장의 유통 주식 중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정치적인 리스크를 매우 싫어한다는 점이다. 최근 그루지야 사태를 통해 러시아가 보여준 일련의 태도들은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또 러시아 특유의 정경 유착과 기업 길들이기 정책들도 외국인 투자자들을 떠나게 하는 요인이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석탄철강기업인 메첼이 내수용 철강제품을 수출가의 두 배로 책정하는 등 독점행위를 하고 있다며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메첼의 경쟁사인 에브라즈에는 들먹이지 않는 가격 문제로 이고르 주진 메첼 오너를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이런 움직임들은 러시아 정부가 다시 기업 국유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며 러시아 증시 투자를 두 번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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