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어려울 때 공격투자 하라더니…

오승주 기자 2008.09.0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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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들어 5일까지 3600억원 가량 순매도

"`어려울 때 공격적인 투자를 생각하고, 경제가 좋을 때 어려움을 생각한다'던 호기는 다 어디갔나"

시장의 주포라 할 투신권(자산운용사)이 9월 들어 방어로 일관하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진다. 투자자에게는 긍정적인 장기전망을 제시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겁을 먹고 한걸음 물러나 있다는 눈총이다.

투신은 9월 들어 5일까지 지수급락의 와중에서 3563억원을 순매도했다. 대규모 손절매는 아니지만 펀드환매 및 시장앞날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혀 슬그머니 유동성부터 마련하는 모양새다. 5일에는 장후반 들어 순매수로 전환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운용사, 어려울 때 공격투자 하라더니…


주요 자산운용사는 최근 펀드편입비중을 급격히 낮춘 상태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비교가능한 국내운용사 38개의 지난 2일 기준 펀드편입비중(현물기준)은 90.72%이다. 올들어 최고점을 기록한 지난 5월19일(18일 종가기준) 주식편입비중은 93.75%이다. 코스피지수는 당시 19일 장중 1900선을 넘는 등 올해 고점을 찍었다. 이후 내리막을 걸으면서 투신도 주식비중을 낮춰온 셈이다.

운용사 전체 평균적으로 주식편입비중을 살펴보면 3.0%포인트 가량밖에 낮추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개별 운용사로 들어가면 차이가 크다. 국내주식형펀드의 최강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5월19일 현물기준 주식편입비가 93.99%였지만 지난 2일에는 89.26%로 80%대로 내려앉았다.

38개 운용사 가운데 주식편입비중이 80% 이하를 기록하고 있는 운용사는 10개로 집계됐다.

개별펀드를 살펴보면 설정액 1000억원 이상 주요 4개사(미래에셋, 삼성투신, 하나UBS,한국운용) 펀드 47개 가운데 주식편입비중(현물기준)이 80%대로 낮아진 펀드는 26개로 절반이 넘는다.


특히 미래에셋계열 펀드는 디스커버리와 인디펜던스 등 주력펀드들이 80%대의 주식편입비를 유지하고 있다. 인디펜던스주식형K- 3Class A은 주식편입비중이 84.71%까지 떨어졌다.

투신의 이같은 소극적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전히 불안한 글로벌 장세와 환매에 대한 불안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연기금과 주식펀드의 자금성격이 달라 적극적으로 증시에 뛰어들 수 없다"고 말했다.

연기금은 장기자금이기 때문에 1400선에서 적극 나설 수 있지만 펀드는 짧게는 3개월만에도 자금이 나갈 수 있다. 때문에 투신자금은 현재 인플레압력은 둔화됐지만 나머지 글로벌 경기상황이 부정적인 부분이 큰 마당에 과감하게 주식을 사모으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사모펀드도 일부 손절매가 나오는 것도 같고 환매압력도 대비해야하는 압박감 속에서 투신들은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매매 못하는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투신권은 아직 지상이 '바닥신호'를 보이는 기미가 없기 때문에 더욱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곁들였다.

또다른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펀드는 지난 8월부터 설정액이 순감으로 돌아섰고 국내펀드도 대형펀드부터 환매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글로벌 펀더멘털이 아직 돌아선다는 신호도 보이지 않는데다 바닥이라는 확신도 약해 과감하게 시장에 뛰어들 여건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더욱 악화될 것만 예상하고 '궁지에 몰린 쥐'처럼 투신들이 두려움만 느끼고 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신들이 환매압박이나 글로벌경기 개산에 대한 부정적 의견으로 움츠러들고 있지만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며 "장이 좋을 때는 펀드 가입하라고 그렇게 큰소리치더니 장이 좋지 않아지면서 태도가 180도 바뀐 점은 이율배반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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