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F 원금손실 거의 없다고 했잖아"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08.09.0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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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운용사 999개 상품 중 20% 손실…국내보다 해외투자 손실 커

고수익 대안투자상품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ELF(주가연계펀드)가 최근 국내외 증시폭락으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원금손실이 우려되는 ELF가 속출하고 있는 것. 특히 국내보단 해외 주식이나 인덱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F의 손실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그동안 ELF를 많이 출시한 CJ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삼성투신운용 등 7개 주요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회사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ELF(공모+사모)는 총 999개로, 이중 녹인(Knock-In, 원금손실 가능 기준)이 된 상품은 전체 20% 수준인 197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LF는 기초자산의 기준가격이 사전에 정해진 범위 내에 있을 경우 원금과 운용수익이 보장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 녹인이 되면 운용수익은 물론 원금 보장도 받을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통상 녹인 기준은 단 한번이라도 기준가격이 설정일 대비 40-50%이상 하락할 경우로 하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만기 상환된 ELF중 이미 8개가 원금손실을 기록했으며, 일부는 원금의 절반 가량을 까먹은 바 있다.

따라서 증시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녹인이 발생한 ELF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투자자들이 공모 ELF에 투자한 자금만 8조8000억원이 넘는 상황이다. A자산운용사 한 임원은 “주가 하락으로 원금손실 우려가 있는 ELF가 많아지면서 회사별로 자료 공개를 꺼리고 있다”며 “현재 출시된 ELF중 15-20% 정도는 녹인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녹인이 된 ELF 중 실적이 가장 저조한 상품은 우리CS자산운용의 ‘우리파워인컴펀드’로 4일 현재 설정이후 수익률이 -80.71%를 기록중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100여개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이 상품은 기준가격이 35%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 손실 위험이 없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 펀드가 투자한 주식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녹인이 된 상태. 현재 수익률이 만기까지 이어질 경우 투자자들은 원금의 80% 이상을 날리게 되는 셈이다.

다음은 삼성투신운용의 ‘삼성 TOP 5 IB리더스펀드’로 설정이후 수익률이 -70.91%를 기록중이다. 만기일인 내년 11월까지 수익률이 회복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 상품 역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화근이 됐다. 기초자산인 리먼브라더스 등의 주가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반 토막 나면서 녹인이 발생,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일본 주식이나 인덱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F들의 부진이 눈에 띄었다. 실적 하위 20개 ELF 중 9개가 일본 증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였다. 올들어 일본 증시가 폭락하면서 이들 ELF의 설정이후 수익률이 -50% 이상을 기록하는 등 원금손실 우려가 큰 상태다.


김두남 삼성투신운용 팀장은 “지난해부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증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F가 많이 출시됐다”며 “국내 자산보다 안전할 것이란 판단에서였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침체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녹인이 됐다고 해서 당장 손실이 실현되는 것은 아닌 만큼 당장 현금이 필요한 투자자가 아니라면 성급히 환매하기 보다는 만기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표>원금손실 우려되는 주요 ELF
"ELF 원금손실 거의 없다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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