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시장의 화두 "솔로의 지갑을 열어라"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8.09.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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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성장 거듭하는 싱글산업

“솔로들을 위한 1인식 제품입니다. 저녁에 혼자서 간단히 해먹을 수 있어요.”

추석을 몇주 앞 둔 강남의 한 대형마트 식료품 코너에서 들리는 1인 제품 홍보맨의 목소리다. 혼자 생활하는 직장인을 겨냥한 1인용 인스턴트 음식을 앞에 두고 직원은 목청껏 모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한번 조리하면 3~4인분이 나오는 음식에 비해 저장할 필요도 없고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었다.

대형마트가 소비시장의 새로운 소비주체로 인식하고 있는 부류는 크게 세 종류다. 대형마트는 노인(silver)과 중년(senior), 1인 가구(single)로 이뤄진 이른바 3S를 떠오르는 소비 주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대홍기획이 지난 8월 발행한 ‘마케팅 이슈&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유통시장에서 소용량 제품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마트는 골뱅이(140g), 캔옥수수(198g), 마늘햄(120g) 등 기존 용량의 절반이나 3분의1 수준으로 줄인 소용량 가공식품의 5월 매출이 지난 해 동월 대비 50% 정도 늘었다. 롯데마트는 기존 1kg짜리 대용량 냉동만두를 절반 크기로 나눈 제품과 소용량 조미료 제품의 매출이 각각 10% 이상 증가했다.

싱글족의 소비제품은 주로 소용량, 패키지 상품으로 쉽게 사용하거나 먹을 수 있고 다양한 기능을 쉽게 구현한 물건이 주류를 이룬다. 싱글족은 스스로 꾸미고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하며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고 즉흥적인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구입한 물건은 매출로 이어져 소비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파이를 키우고 있다. 게다가 싱글족의 지속적인 증가는 앞으로 싱글산업의 기대치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기준 1인 가구는 317만675가구로 전체 1588만7000가구의 20%를 차지한다. 통계청은 그러나 장래가구추계를 통해 2013년이면 1인 가구수가 3인 가구수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1인 가구가 된 노년인구가 포함된 수치지만 단순 비교를 하더라도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성장했음이 분명하다.

결국 이들의 소비는 앞으로 시장 판도를 좌우할 중대 변수로 자리 잡은 셈이다.


◆ 햇반, 애완동물, 로봇청소기 떴다

한때 잘나가던 반찬배달이나 비디오방, 24시간 코인 세탁소 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대만큼 빛을 보지 못한 케이스다. 싱글산업에 가장 적합한 사업으로 손꼽히는 업종이었음에도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찬배달은 좀 더 편한 인스턴트식품에 밀리고, 비디오방은 컴퓨터나 DVD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24시간 코인 세탁소 보다는 빨래방이 좀 더 편하고 믿을 수 있었다.

반면 기업들은 1인 제품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시장을 키우는 데 한몫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햇반’이다. CJ제일제당 (365,500원 ▼4,500 -1.22%)은 2년간 400억원을 들여 지난 1995년 햇반을 탄생시킨 뒤 고전을 거듭하다 2000년에 가서야 제대로 성과를 보기 시작했다.

햇반의 매출은 2000년 200억원으로 껑충 오른 뒤 2002년 500억원을 돌파하고 올해는 9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월에는 처음으로 즉석조리밥시장의 4분의3을 잠식했고, 여름 휴가철 40일 동안 무려 1000만개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싱글족의 증가와 함께 성장세를 보인 또 다른 분야는 애완동물산업이다. 애견을 비롯해 연간 250만마리에 1조2000억원의 시장으로 발전했다. 동물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비롯해 햄스터, 이구나아, 새, 원숭이, 거미 등 종과 속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최근 로봇청소기시장은 가전업계의 순위 쟁탈전이 뜨겁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가전업계 선두권 업체들은 2005년 3만대에 그쳤던 시장규모를 올해는 11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보편화되고 독신가정이 늘면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가전업계는 로봇청소기시장이 2010년까지 3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제품개발 및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비시장의 화두 "솔로의 지갑을 열어라"


◆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하라

싱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다면 무엇이든 상품화가 가능한다.

KT (36,500원 ▲250 +0.69%)는 싱글족을 겨냥해 싱글 CGV 전화 상품을 내놓았다. 월 1만원이면 평일 야간과 주말에 무제한으로 사용하고, 휴대폰으로 거는 전화도 월 60분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매달 1회 CGV영화관에서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으며 동반 1인은 2000원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웅진코웨이 (63,700원 ▼700 -1.09%)에서는 싱글족을 위해 월 렌탈료 2만3000원의 정수기를 내놨다. 국내 최소형 역삼투압 정수기는 기존 정수기보다 절반 정도의 크기로 제작돼 1인 가구에 적합하다. 젊은층을 겨냥한 세련된 컬러와 편리한 기능이 장점이며 가격은 기존 가격보다 최고 50%까지 저렴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싱글족을 위한 가전제품을 출시했다. 간편하게 음식을 준비할 수 있는 하우젠 스마트 오븐은 식품의 포장지에 표시된 바코드를 인식시키면 최적의 조리시간 등을 결정해 알아서 요리한다. 평소 인스턴트 음식을 즐겨먹는 독신남성을 겨냥한 상품이다.

루펜리의 루펜 LF 07도 싱글족에게 인기 있는 상품. 평소 음식물처리기의 필요성을 느꼈던 솔로족이라면 한번쯤 탐내던 제품이다. 작고 귀여운 사이즈와 단순한 설치 등을 장점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싱글족을 위한 상품 출시는 가전제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두산주류는 지난해부터 120ml 짜리 미니 처음처럼을 출시해 싱글족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기존의 소주의 3분의1 용량으로 ‘가벼운 반주’에 적합하다. 출시 전부터 일부 술 미니어처 마니아 사이에서는 기본 수집품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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