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의 울타리를 쳐라..화려한 싱글의 삶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08.09.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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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싱글 재테크

"지루하게 사는 건 젊음에 대한 죄다."

"저축만큼 미래에 대한 확실한 투자는 없다."

꽃다운 20대의 동갑내기 친구인 A씨와 B(26ㆍ여)씨는 절친한 직장 동료이지만 라이프스타일은 대조적이다. 어려서부터 근검절약이 몸에 배인 A씨는 첫 월급을 받자마자 적금 통장부터 만들었다. 월 100만원. 월급의 80% 가까운 금액으로 적금이 빠져나간 월급통장엔 거의 남는 게 없지만 알뜰살뜰하게 사는 재미를 즐긴다.



B씨는 멋내기와 여행을 즐기는 전형적인 20대 싱글. 유난히 명품을 좋아한다거나 문화 사치를 누리는 것은 아니지만 남들만큼 '꾸미고' 퇴근 후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미팅을 즐긴다.

그렇게 보낸 직장생활이 어느새 만 5년. 두 사람의 재테크 성적표는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직장 입사 동기로 급여수준이 동일함에도 프라이빗뱅커(PB) 앞에서 공개된 두 사람의 자산 내역은 상이했다.

A씨 5000만원, B씨 -200만원.

이들을 상담한 PB는 "B씨가 특별히 사치를 한 것은 아니지만 쓰고 남는 돈을 저축하려 한 것이 마이너스 생활의 원인"이라며 "매월 일정 금액(50만원)을 고정적으로 저축하고 난 후 나머지 돈으로 생활하는 습관을 기를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기실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싱글들에게 '돈 돈' 하는 것은 지나치게 현실적인 충고로 들릴지 모른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화려한 싱글이 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품위 유지비용도 필수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우아한 싱글의 삶을 쫓다보면 자칫 재테크 전선에 이상을 초래하기 쉽다. 그렇다면 모을 것인가, 즐길 것인가?

싱글의 재테크는 더욱 특별해야 한다. 딸린 식구가 없다고 무계획적으로 소비하다보면 '초라한 싱글'을 면키 어렵다.
富의 울타리를 쳐라..화려한 싱글의 삶


◆ 화려한 싱글, 그대는 봉(?)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싱글 시장을 주목하라며 '주목! 여성 싱글 소비자의 파워'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인구 증가율이 둔화되고 새로운 소비 계층의 출현이 미진한 상황에서 유독 급증하는 싱글 시장을 눈여겨보라는 것. 그중에서도 소비를 주도하는 여성 싱글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글 여성들은 여행, 공연, 영화 등 문화 활동과 패션 잡지, 소설, 수필 등의 도서 분야에서 주요 소비 계층으로 군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유기농 식품을 비롯해 건강미용음료, 스파 등 웰빙 관련 서비스 부분에서도 주요 소비자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꾸어 말하면 싱글, 특히 여성 싱글은 기업의 봉(?)이라는 것. 구수연 하나은행 PB팀장은 "싱글 여성은 부양가족이 없고 육아비용 등 고정 지출이 적어 소비 규모가 커지기 쉬운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자연히 저축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재테크카페 '10 in 10'의 남녀 싱글 960명을 대상으로 한 '소득 대비 저축률' 설문 조사에 따르면 싱글 10명 중 2명(22.4%)은 월급의 30% 미만을 저축하거나 아예 저축을 하지 못하고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사회 분위기도 심상찮다. '저출산 시대'를 맞아 가족 단위 우대 정책이 쏟아지면서 싱글들이 상대적인 불이익에 한숨짓게 된다.

최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소득세 공제체제가 변경됨에 따라 싱글족의 경우 내년부터 4인 가구에 비해 소득세를 연간 75만~120만원 가량 더 내야한다.

세금 뿐 아니다. 아파트 청약도 대부분의 싱글에게는 '그림의 떡'. 신혼부부에게는 '신혼부부주택 특별공급제도'까지 마련해주면서 싱글들은 주택 청약 자격에서도 배제되기 일쑤다. 공무원인 이모(38)씨는 "싱글이 죄도 아닌데 왜 주택 청약이나 세금 등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빨리 이룰 수 있는 '작은 꿈'부터 꿔라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30대 중반의 골드 미스인 이지현(35) 씨는 앞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분당의 오피스텔에 거주하며 매년 휴가때마다 파리, 런던, 로마 등을 순회하며 다니는 그녀의 삶은 누가 봐도 '원더풀 싱글 라이프'.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자취 생활 10년에 식사도 잘 안 챙겨 팔ㆍ다리 안 쑤신 곳이 없는 '종합병동'이 다 됐고, 잦은 해외여행 덕에 통장에 돈이 고일 겨를도 없다. 노후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갑갑해진다.

그렇다면 싱글들의 똑똑한 재테크의 정답은 무엇일까?

신동훈 SC제일은행 PB팀장은 "싱글은 미래가 불투명하고 위험 상황에서도 도와줄 수 있는 가족이란 울타리가 없어 재테크가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재무 목표를 거창하게 잡기보단 작더라도 빨리 이룰 수 있는 목표로 성취감을 자주 느끼게 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단계별 구체적 목표를 갖는 것이 싱글 재테크의 첫 걸음. 예를 들어 부모로부터 독립할 꿈을 가진 싱글이라면 최소한 독립자금 마련을 위한 목표 금액과 기간을 정하고, 이에 따라 재테크 상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단계별 전략은 '올인'과 '대박'을 좋아하는 남성 싱글에게 특히 유용하다. 신 팀장은 "공격적인 투자를 좋아하는 남성 싱글의 경우 자칫 손실을 과하게 입게 되면 아예 재테크를 포기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낮은 목표부터 차근차근 '종자돈'을 만드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지름신에 약한 싱글 여성의 경우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가 '좋은 처방'이 될 수 있다. 신 팀장은 "통장 잔고 내에서만 지출을 할 수 있는 체크카드로 헤픈 씀씀이에 자물쇠를 채우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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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글을 지키는 세가지 열쇠 '집' '보험' '자기계발'

종자돈 마련에 성공한 싱글이라면 내집 마련에 도전하는 것도 유용한 전략이다.

통상 집은 결혼할 때 사는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갖기 쉽다. 혼자 살면서 부담스럽게 굳이 '독채'까지 마련해야 하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테크 전문가들은 싱글일수록 '내집 마련'에 관심을 갖고 주택 시장의 흐름을 주시하라고 충고한다.

구수연 PB팀장은 "집이야 결혼할 때 남자가 해오는 혼수라고 여긴다면 진부한 관념"이라며 "싱글에게 주택은 자산보전과 물가 상승, 소득 상실 등의 위험에 대한 보험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혼자의 경우 경제적으로 극한 어려움에 처할 경우 가족의 도움을 구할 수 있겠지만, 싱글은 소득을 잃어버리게 되면 집을 통해서 노후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흔히 아플 때만큼 혼자 사는 게 힘들 때가 없다고 한다. 아파도 자신 외에는 달리 돌볼 사람이 거의 없는 싱글의 경우 위험 관리에 대한 필요성도 각별할 수밖에 없다.

윤의필 골든브릿지금융판매 PB팀장은 "싱글은 보험에 무신경한 경향이 많지만 기댈 곳이 적은 만큼 질병과 사고 등에 대비한 충분한 보장을 설계해두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싱글들에게 최고의 재테크는 종자돈 마련도 보험 가입도 주택 구입도 아닐 지 모른다. 신동훈 팀장은 2년 전 펴낸 <싱글재테크>란 저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 바 있다.

"당신의 최고 자산은 무엇입니까?"

결혼한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십중팔구는 자녀 혹은 남편, 가족이라는 답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싱글은 조금 다른 답을 한다. 바로 자기 자신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이다.

신 팀장은 "싱글에게 최고 자산인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외국어와 업무 관련 기술 등을 꾸준히 익히는 등 직장에서 인정받는 길을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한 싱글 재테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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