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국민연금 따라 사 볼까?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9.04 17:24
글자크기

수익성 제고와 시장 변동성 제어...투신권은 연속 순매도

코스피지수가 이틀 연속 양봉을 기록했다. 비록 이날 종가가 -0.03%로 연속 상승은 무산됐지만 장중 5일 이평선을 넘어서기도 하는 등 하락추세가 끝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틀전 1400선마저 무너지기도 했던 증시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9월 위기설 진정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코스피 증시를 살린 실제 주역은 국민연금이었다.



연기금은 이틀전(2일) 연중 최대규모인 4306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1300대로 추락하던 코스피지수를 1400선 위로 올려놓은데 이어 이날까지 사흘 연속 주식 순매수에 나서며 증시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외국인은 이날도 2952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13일간 2조8199억원의 매도공세를 펼쳤다. 개인이 5일만에 189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지난달 22일 1500선 붕괴 시점부터 매도에 동참했던 죄를 면하기엔 아직 미흡한 모습이다.



이달 들어서면서부터 투매를 시작한 투신권은 이날조차 1300억원을 순매도하며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집계상으로는 투신권의 나흘간 주식 순매도가 4743억원에 불과하지만 프로그램 차익거래 순매수분을 감안할 경우 투신권의 실질적인 순매도가 2조원에 육박한다는 추정이 난무한 실정이다.

겉으로는 국민연금더러 주가를 받치라는 요구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주식을 팔아치우는 모습을 보면 지난해 가을 주가 버블시점에서 행했던 원죄를 뉘우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전세계 증시가 비틀거리기 시작한 상황을 무시한 채 '주가 3000'을 부르짖으며 고점에서 증시에 몰입했던 비이성적 투자패턴이 어떤 밸류에이션 잣대를 갖다 대도 저평가 상태인 현 레벨에서조차 주식을 처분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당시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에 자금이 집중되고 장세를 장악하는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자 다른 자산운용사들조차 외부에 공표한 투자전략을 무시하고 오로지 특정 자산운용사를 추종하다가 똑같은 화를 자초했다는 것은 두고두고 문제꺼리로 남을 일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의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면서 "과거의 잘못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처 방안을 마련했다면 과거를 과거로 묻을 수 있겠지만 아직도 증시에 도움이 안 되는 쪽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비추어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과연 펀드 환매사태까지 염두에 두고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것인지 실상을 알기는 어렵지만 고점에서 주식을 매수한 뒤 바닥에서 내팽기치고 있는 작태를 투자자들이 언제까지 용납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신설 펀드가 나오고 있고 국민연금이 포문을 연 이상 주가 대세에 대한 걱정은 경감되는 것이 확실하다.
현재 레벨에서 출시되는 깨끗하고 새로운 펀드는 충분한 수익성을 제공할 수 있으며, 지수 1600선 이하에서 연기금의 주식 매집 또한 연금 수익 제고 뿐만 아니라 증시 변동성을 제어하는 일석 이조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연말에 이르러 코스피가 MSCI 선진국 지수로 편입될 경우 국민연금의 뒤를 받치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기 때문에 이번 국민연금의 움직임은 찬사를 받을 만하다.

투신권 따라하기는 실패작으로 끝이 났지만 국민연금 따라하기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