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제 M&A에 눈을 돌릴 때"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8.09.0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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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 전략 사실상 포기…경영전략 대변화 예고

삼성전자 (81,900원 ▲400 +0.49%)가 올해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무려 11조5000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 부었다. 삼성전자 측은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이익 중 일부를 주가부양에 사용한다는 취지였지만, "주가상승 효과도 없이 공연히 대규모 실탄만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같은 전략 선회에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평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외 인수합병(M&A) 추진 등 미래성장을 위한 전략을 본격화할 것"이란 예측을 낳고 있다.

또 대표적인 경영전략 중 하나였던 자사주 매입전략 포기는 향후 경영진 및 전략 설정에 대대적인 변화의 신호탄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늦었지만 훌륭한 선택"=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사실. 엄청난 자금을 투입했지만 자금 투입을 전후로 주가는 늘 제자리를 맴돌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심지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외국인에 차익실현 기회만 제공해 결과적으로 국부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자사주 매입은 가장 확실한 주가상승의 재료여서 외국인이 아무런 리스크도 없이 편하게 차익을 실현하게 도왔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2004년 4월 12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자사주 매입에 2조원을 투입했지만 주가는 같은 기간 61만원에서 55만7000원으로 오히려 내려앉았다. 또 2006년 4월 18일부터 6월 30일까지 1조8000억원 가량을 동원했는데, 주가는 65만5000원에서 60만3000원으로 떨어졌다. 2007년에도 1월 16일부터 3월 16일까지 역시 1조8000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주가는 61만3000원에서 58만9000원으로 하락했다.


◇내부 반성이 진행되고 있는가=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D램의 공급과잉과 이에 따른 가격하락에 맞서 '치킨게임'으로 승부 걸었다. 2006년까지 다른 업체들의 투자 및 생산확대에 대해 '생산량 조절'이란 수세전략을 폈지만, 지난해 '공격적인 물량 확대→다른 D램업체들의 수익성 악화 및 추가투자 차단 유도→시장지배력 강화'라는 공세로 돌아섰다.

삼성전자의 의도는 적중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엘피다, 키몬다, 프로모스 등 다른 D램업체들은 엄청난 수익 악화에 직면했고 추가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키몬다는 매각 위기에까지 내몰린 상태다.

하지만 성과에도 불구하고 긍정 못지않게 부정적인 시장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송종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도 물량확대에 나서며 과거의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메모리 시장의 상황과 경쟁력 격차가 과거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뿌리 깊은 엘리트 의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어려울 때 투자를 지속하고 원가절감과 기술 리더십을 통해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틀에 박힌 전략 만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송 애널리스트는 "적어도 D램 경쟁력 측면에서 볼 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와의 격차가 크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존의 '틀에 박힌' 전략이었던 자사주 매입을 포기함에 따라 삼성전자가 새로운 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송 애널리스트는 "향후 삼성전자의 경영전략에 변화가 예상된다"며 "투자 생산 마케팅 수익성 M&A 등 총체적인 전략 변화가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아가 전략상 오류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내년 인사에서 경영진의 대폭적인 교체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제 M&A에 눈을 돌릴 때=삼성전자가 만약 자사주 매입에 사용한 11조5000억원을 M&A에 동원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현재 일본 엘피다의 시가총액은 3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엘피다의 지분구조를 고려했을 때 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최대 1조원 가량을 투입하면 된다.

하이닉스의 채권단 지분 36%에 대한 인수금액은 대략 3조원을 가량으로 예상된다. 송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하이닉스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독과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하지만 8인치 라인의 대체, 시스템 LSI 전환을 통해 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비록 M&A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별로 없을 수도 있지만, 삼성전자가 연간 메모리 투자금액의 15%만이라도 M&A 투입했다면 최소한 필요 이상의 메모리 공급증가 우려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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