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채 발행··달러 조달 숨통 트이나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9.0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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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달 중순 10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키로 함에 따라 국내 금융사, 기업들의 달러화 조달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4일 정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8일부터 미국 뉴욕 및 보스턴, 영국 런던,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외평채 발행을 위한 설명회(로드쇼)를 개최하고 외평채 발행을 추진할 예정이다.



외평채 발행 때 적용되는 가산금리는 국내 금융사와 기업들이 외화를 빌려올 때의 기준(벤치마크) 금리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외평채 가산금리가 낮게 책정될 경우 금융사나 기업들의 달러화 차입이 한층 원활해지면서 달러화 공급이 늘어 원/달러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올 11월까지 금융사, 공기업 등이 총 100억달러 정도의 해외차입을 위해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신 차관보는 "하반기 우리나라의 금융사와 공기업들이 자금조달을 하러 해외로 나가야 하는데, 그동안의 신용 상황을 반영한 딜이 없었다"며 "이번에 외평채가 발행되면 기준금리가 생기고, 거기에 가산금리가 좀 더 붙어서 기업들의 해외채권도 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마땅한 기준금리가 없어 금융사나 공기업들이 해외차입을 계속 미뤄왔다"며 "이번에 외평채가 발행되면 앞으로 해외차입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밝혔다.

신 차관보는 "외평채는 정부보증채권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발행하는 채권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신용등급이 비슷한 나라들의 기준금리로도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스라엘, 사이프러스 등의 신용등급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A등급 수준에 위치해있다.


외평채 발행 때 미 국채 금리(약 3.8%)에 더해지는 가산금리는 약 2%포인트 수준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 외평채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2.05% 수준이다.

CDS 프리미엄은 어떤 채권이 부도가 날 경우 채권자에게 그 손실분을 물어주는 대가로 채권자로부터 받는 일종의 보험료다. 따라서 CDS 프리미엄은 해당 채권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등을 고려할 때 이번에 발행되는 외평채의 가산금리가 200bp 아래에서 결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200bp 수준에서만 결정되더라도 대외신인도 제고에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적정한 외평채 물량을 시장에 공급하고 대외신인도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지난 8월 만기가 돌아온 외평채 30억달러 어치 가운데 10억달러 어치에 대한 차환발행을 추진해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평채 발행잔액은 40억달러다.

이번 외평채 발행의 주간사는 골드만삭스, 리먼브러더스, 바클레이즈, UBS, HSBC, 삼성증권 등이다.

외평채 발행 로드쇼의 경우 미국과 영국으로는 신 차관보가, 홍콩과 싱가포르로는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 각각 나눠서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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