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내수주' 매집 시작하라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09.0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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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추가하락 전망…환율안정·소비증가 등으로 수혜

국제유가가 급속한 속도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일 뉴욕시장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는 36센트(0.33%) 내린 배럴당 109달러 35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지난 7월 고점대비 26% 낮은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북해산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상반기 국내증시의 악재로 작용한 유가문제는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내증시는 유가하락을 또 다른 악재로 여기고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4일 전날 종가 1426선을 기준으로 등락을 거듭중이다. 국제유가 하락이 증시에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힘차게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증시가 소폭이나마 오르고 유가하락이라는 홰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1420선 지지에만 안간힘을 쓰는 것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여기에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 (62,800원 ▼200 -0.32%)가 2002년 이후 해마다 실시한 자사주 매입을 7년만에 중단했다는 소식도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에 비해 2% 이상 내린 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자사주 매입 중단은 삼성전자가 현금성 자산이 5조원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올 하반기 영업이익률이 상반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한다.

코스피시장 시가총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7년만에 전략을 선회한 것은 그만큼 '장사가 안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현금확보가 중요해졌고, 보수적인 영업을 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조그만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김학주 삼성증권 (46,650원 0.00%) 리서치센터장이 분석한 4일자 보고서는 역발상에 대비하는 태도를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센터장은 올해 초 글로벌 경제환경이 악화될 것을 예견하고 코스피가 '곰들의 전쟁터'로 변할 것임을 시사해 주목받았다. 쉽게 말해 올해 증시가 약세에 시달릴 것을 예상해 '신중론지' 대령에 선제적으로 동참한 센터장이기도 하다.

이런 신중적 입장을 지닌 김 센터장이 이번에는 코스피지수의 반등 속도가 예상외로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코스피의 반등 속도가 빨리 도래할 것이라는 예상의 근거는 '국제유가 하락'이다.

김센터장은 국제유가가 사람들을 숨막히게 했던 때처럼 하락도 가파르게 진행돼 단기적으로 국내증시에 역쇼크를 일으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센터장은 "유가가 하락할 때도 상승기와 마찬가지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OPEC국가들의 수요감소에 대한 불안심리가 가속화될수록 지금의 유가에서라도 생산해 이윤을 얻으려는 심리가 지배적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심해유전에서 개발되는 원유의 생산원가는 배럴당 88달러로 추정되지만, 현재 생산량 가운데 그 비중은 5.2%에 불과하다. 나머지 95% 생산량의 원가는 대부분 배럴당 20달러 미만으로 관측된다.

생산단가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원유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더해지면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최근 '원유의 블랙홀'로 지목되는 중국의 경기침체 기미가 유가하락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관망도 곁들였다.



김 센터장은 "중국정부는 보조금을 줘야 공장 등 시설이 가동될 만큼 설비과잉 측면이 엿보인다"며 "이런 인위적인 수요확대로 국제유가가 높게 유지되며 중국을 비롯해 세계적인 물가상승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소비위축과 중국의 물가상승 부담으로 과잉설비가 가동되지 않을 것이며 이는 OPEC국가들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어 유가가 내려간다는 논리다.

그렇게 되면 투기자금의 이탈이 엿보이는 국제유가의 가격 하락세는 빠르게 진행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유가가 지속적으로 배럴당 100달러 밑에서 유지돼 국내의 경상흑자 기조가 굳어지거나 그 밑으로 하락할 경우 최대 수혜주는 한국이 될 것으로 김센터장은 보고 있다.

유가 급락에 따른 환율 안정과 내수소비 위축이 제한되면서 한국의 경제가 겪는 모든 어려움이 일찍 해결되고, 주가는 단숨에 위로 치솟는 시기가 예상보다 일찍 찾아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비해 김센터장은 "지금이라도 내수주 (소매, 인터넷, 미디어, 은행, 항공 등) 매집을 시작해야 한다"며 외치고 있다.



현재 코스피지수도 분명 공포에 질려 제 위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음을 강조한다.

김 센터장은 "내년 코스피시장 상장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은 0.8%로 추정된다"며 "이는 일시적으로 하향이탈한 수치"라고 말했다.

설령 이익성장률이 장기적으로 정체된다 하더라도 코스피의 적정수준은 1540이 유지돼야 하는데, 1400선 초반에서 움직이는 지수는 분명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이야기가 안되는 수준'이라는 관측이다.



대공황 시절 투자의 달인으로 자리매김한 존 템플턴은 모두가 공포에 질려 주식을 내던질 때 1달러 이하 주식을 주워모으듯이 사들였다. 이후 주가가 반등하면서 '투자의 달인'으로 칭송받게 됐다.

여력이 있는 투자자라면 지금 시점이 매수의 적기임을 간과할 수 없다. 유가 급등기와 맞먹는 유가 급락기에 대비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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