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의 추락' 코꿰인 중기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김익태 기자, 김동하 기자 2008.09.0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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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설 이슈 점검 2]중소기업 키코 손실

 환율 급등으로 키코(통화선물 파생상품, KIKO: Knock-In·Knock-Out)의 악몽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 추세라면 평가손실 뿐 아니라 거래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본잠식에 빠지는 기업들이 속출할 수 있다. 수년간 영업을 잘해 쌓아놨던 이익잉여금이 급감하는 등 재무구조 부실도 예상된다.

 ◇환율 오를때마다 손실 눈덩이〓3일 금융권에 따르면 달러화가 1148.5원으로 마감된 이날 키코 평가손실은 약 1조967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1일 발표한 6월말 현재 키코 통화옵션 거래 관련 평가손실 규모인 9678억원을 기반으로 역산해 도출한 단순 수치다. 금융권에서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1000억원의 추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당시 금감원은 6월말 현재(환율 1046원) 키코 거래업체가 519개사로 계약잔액이 101억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중 중소기업의 키코 거래규모는 75억 달러(480개사)로 전체의 74.3%를 차지했다. 특히 키코 계약잔액이 수출대금을 초과해 과도한 거래(오버 헤지)를 한 71개 중소기업의 경우 수출대금 환차익을 감안해도 약 2533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KIKO손실로 관리종목 수모까지〓철강기계를 제조하는 코스닥기업 IDH는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지만 키코 손실이 급증하며 최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수난을 맛봤다. 자본잠식 50%이상이 관리종목 지정 사유였다.

 지난 상반기말 기준으로 자본금이 103억원이었는데 키코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자본금을 까먹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상반기말 기준으로 IDH 자본금은 -83억원이다. IDH는 상반기 누적 파생상품 거래손실이 113억원, 평가손실이 327억원이었다.

 IDH는 특히 원/달러 환율보다는 원/유로 환율의 수직상승으로 키코 손실이 급증했다. 지난 1월만해도 원/유로 환율은 1400원대 이하에 머물렀지만 최근 1600원을 돌파하며 급등하고 있다. 3일 원/유로 환율은 1647.2원으로 전일대비 20원 오르며 올해 최고수준에 또다시 근접했다.


 현재 환율 추세라면 IDH는 3분기는 물론 4분기에도 키코 손실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IDH는 키코 기준환율이 원/유로 환율 기준으로 1200∼1300원대로 지금같은 고환율 시대에서는 추가 손실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IDH 관계자는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지 못하면 3분기에도 파생상품 거래손실이 추가로 커질 수 있다"며 "원자재값 안정 등으로 매출액 등 실적이 좋아질 수 있는 여건인데도 키코에 발목을 잡혀 안타깝다"고 말했다.

 태산엘씨디는 지난해말 기준 이익잉여금이 507억원이었지만 올 상반기 키코 거래손실(270억원)로 현재 7억원으로 이익잉여금이 급감한 상태다. 태산엘씨디는 상반기말 현재 키코 평가손실도 535억원으로 앞으로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경우 대차대조표가 더욱 흔들릴 수 있다.

 에스에이엠티도 키코 손실로 알토란 같은 이익잉여금이 500억원이상 날라갔다. 에스에이엠티의 올 상반기말 이익잉여금은 111억원으로 지난해말 618억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에스에이엠티는 올 상반기에 키코 거래손실 175억원, 평가손실 682억원을 기록했다.

 ◇환율 진정외 대안이 없다〓대규모 키코 손실의 습격은 앞으로도 계속될 조짐이다. 그러나 문제는 KIKO에 가입한 많은 기업들이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상반기 매출액의 1.6배가 넘는 파생상품손실을 입었던 제이브이엠은 올해도 1000원 전후 약정환율로 KIKO에 재가입하면서 손실을 줄여보려고 했지만 실제 환율은 1150원을 넘어섰다.

제이브이엠은 지난 2006년 8월부터 외환은행에서 981.5원의 약정환율로 KIKO에 가입했고, 올해도 2월과 4월 외환은행과 각각 988원, 1010원의 약정환율로 KIKO계약을 맺었다. CS제일은행, 씨티은행과도 930~1005원의 약정환율로 계약했다.

 제이브이엠 관계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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