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반기말 기준 원달러 환율 1043.40원에서 3일 장중 100원 넘게 오른 1150원을 넘어서며 키코상품에 가입한 코스닥기업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900원대 약정환율로 가입했던 기업 중 올 들어 1000원 부근에서 '물타기'성으로 재구조화(Restructuring)에 나섰던 업체들도 많아 손실 규모의 추산조차 쉽지 않다.
지난 상반기말 기준으로 자본금이 103억원이었는데 키코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자본금을 까먹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상반기말 기준으로 IDH 자본금은 -83억원이다. IDH는 상반기 누적 파생상품 거래손실이 113억원, 평가손실이 327억원이었다.
현재 환율 추세라면 IDH는 3분기는 물론 4분기에도 키코 손실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IDH는 키코 기준환율이 원/유로 환율 기준으로 1200∼1300원대로 지금같은 고환율 시대에서는 추가 손실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IDH 관계자는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지 못하면 3분기에도 파생상품 거래손실이 추가로 커질 수 있다"며 "원자재값 안정 등으로 매출액 등 실적이 좋아질 수 있는 여건인데도 키코에 발목을 잡혀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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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의 키코손실로 수년간 영업을 잘해 쌓아놨던 알토란 같은 이익잉여금을 단번에 날리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태산엘씨디는 지난해말 기준 이익잉여금이 507억원이었지만 올 상반기 키코 거래손실(270억원)로 현재 7억원으로 이익잉여금이 급감한 상태다. 태산엘씨디는 상반기말 현재 키코 평가손실도 535억원으로 앞으로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경우 대차대조표가 더욱 흔들릴 수 있다.
에스에이엠티도 키코 손실로 알토란 같은 이익잉여금이 500억원이상 날라갔다. 에스에이엠티의 올 상반기말 이익잉여금은 111억원으로 지난해말 618억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에스에이엠티는 올 상반기에 키코 거래손실 175억원, 평가손실 682억원을 기록했다.
대규모 키코 손실의 습격은 앞으로도 계속될 조짐이다. 그러나 문제는 KIKO에 가입한 많은 기업들이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상반기 매출액의 1.6배가 넘는 파생상품손실을 입었던 제이브이엠은 올해도 1000원 전후 약정환율로 KIKO에 재가입하면서 손실을 줄여보려고 했지만 실제 환율은 1150원을 넘어섰다.
제이브이엠 (27,250원 ▼550 -1.98%)은 지난 2006년 8월부터 외환은행에서 981.5원의 약정환율로 KKO에 가입했고, 올해도 2월과 4월 외환은행과 각각 988원, 1010원의 약정환율로 KIKO계약을 맺었다. CS제일은행, 씨티은행과도 930~1005원의 약정환율로 계약했다.
제이브이엠 관계자는 "회사 측도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율급등이 진정되는 것만이 해결책인 것 같다"고 전했다.
문현식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계속 오르면 평가손실과 거래손실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평가기간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2~3년 장기계약을 맺은 기업들이 많아 평가손 감소액은 미미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연구원은 "키코 해지를 하려면 평가손실로 잡힌 금액을 전부 현금으로 물어야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해지도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