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괴담' 희생양에 베팅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9.0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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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증권 급등, 선순환 신호탄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6일 이후 한달여만에 처음으로 1% 이상 올랐다.
미증시가 전강후약을 보이며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가 모두 연저점을 경신한데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59원까지 치솟았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증시가 상승했다는 것은 분명한 변화다.

전날까지 매일같이 그룹을 돌며 하한가를 내리꽂던 희생양 찾기는 끝났다.
오히려 그동안 비이성적인 투매현상으로 주가가 폭락했던 그룹의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는 등 상전벽해의 모습이 전개됐다.



재무리스크 유행을 처음 촉발시켰던 금호아시아나그룹 관련주는 금호산업 (3,180원 ▼30 -0.93%)이 상한가로 치솟고 금호석유 (134,500원 ▲1,100 +0.82%)금호종금 (707원 ▼15 -2.08%)이 10% 이상 급등하는 등 증시에 상장된 7개 종목이 모두 강세를 보이면서 끈질기게 따라붙던 유동성 위기설을 불식시켰다.

두산그룹 관련주는 두산건설 (1,240원 0.0%)두산인프라코어 (6,900원 ▼70 -1.00%)가 5% 이상 반등하는 등 증시에 상장된 8개 기업 가운데 7개가 상승 마감했다.
코오롱그룹도 코오롱 (14,700원 ▼30 -0.20%)이 상한가에 가까운 13.9% 치솟는 등 상장 8개 종목 중 캠브리지 (0원 %)를 제외한 7개가 반등했다. 동부그룹은 동부제철 (6,490원 ▼130 -1.96%)이 12% 급등하는 등 상장종목 9개 가운데 7개가 올랐다.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불린 그룹과 유상증자 발표 관련 그룹주들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투매가 일단락됐음을 선언했다.

[내일의전략]'괴담' 희생양에 베팅


이날 장세 반전의 핵심은 건설업의 회생이었다. 지난 11일간 25% 폭락했던 건설업종이 8% 넘게 폭등하면서 경기회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건설과 관련된 업종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대통령이 지시대로 재건축 및 재개발이 활성화되면 현재 증시를 짓누르는 경기 둔화 우려와 이에 따른 기업실적 감소 불안감이 제어될 수 있다.

경기가 살아나면 나락에 빠진 증시 상황도 개선될 수 있다. 이날 증권업종이 건설업과 함께 8% 넘게 치솟은 게 이같은 선순환 구도를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장중 1059원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도 더 이상 불안의 온상이 아니라 긍정적인 변수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전기전자와 자동차 업종이 상승했다.
시총1위 삼성전자 (62,600원 ▼400 -0.63%)가 연일 2%선 상승세를 보였고 하락세를 일관하던 LG전자 (110,900원 ▲800 +0.73%)LG디스플레이 (11,100원 ▼400 -3.48%)도 마침내 상승반전에 성공했다. 하이닉스 (162,000원 ▲4,900 +3.12%)는 11% 넘게 급등하면서 망가진 ELS(주식연계증권)의 원흉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현대차 (249,000원 ▼1,500 -0.60%)기아차 (103,200원 ▼2,400 -2.27%)의 동반 상승도 IT전자와 함께 환율 수혜주로서의 입지를 되찾는 모습이었다.



물론 이날의 상승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게 정상이다. 그동안 낙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이정도의 반등은 언제라도 나올 수 있는 것일 뿐 결코 추세반전의 서막이 아니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9월 대란설이 근거없는 악성 루머일 뿐이며 곧 소멸될 심리적 악재라는 평가가 급부상하면서 잃어버렸던 이성을 회복했기 때문에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찾을 시점이 됐다.

호주가 7년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영국이 연내, 유로지역의 경우 내년초 이내에 금리인하에 동참하면서 유동성 장세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낙폭이 과도한 현재 시점에서 저가매수에 나서는 것이 명실상부한 가치투자가 된다.



반면 가장 회생이 빠른 미국은 내년 2분기 이후부터 금리인상 국면으로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과 여타 국가의 금리차 축소로 미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달러표시 자산이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철희 동양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상품가격 하락이 인플레 압력을 완화시키면서 경기 침체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유럽지역 국가들과 경기둔화를 경험하고 있는 신흥국의 금리 인하 및 유동성 확대 정책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이는 달러 강세 조건이 굳어짐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CJ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주가와 펀더멘털이 가장 빠르게 회생하면서 미달러 강세가 추세로 확정되고 있기 때문에 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증시, 미국채, 미국 부동산 등이 향후 수년을 내다보는 투자대상이 된다면 미국이 다시 전세계 헤게모니를 장악한다는 뜻이며, 이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성장을 다시 기대해볼 수 있다는 희망의 근거가 된다.

다만 한국 경제와 증시가 대외환경에 좌우되면서 진폭이 커지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내수기반을 살리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팀장은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를 대폭 완화시키는 것이 대운하를 파는 것보다 바람직한 방법이 될 것"이라면서 "부동산 및 건설 경기가 죽지 않는다면 증시에 대한 기대감도 접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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