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 극복할 경제 리더십이 절실하다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9.04 07:55
글자크기

정책 신뢰 부재가 더 큰 위기

 # "경상적자를 감안하면 환율이 어디로 가야할지 자명하다" → "외환보유액을 털어서라도 환율 상승을 막겠다" →"시장의 대세를 거스르기는 힘들다" → "최근 환율은 누가 봐도 급격하게 상승한 측면이 있다."

 이명박(MB) 정부 출범 후 환율과 관련 외환 당국자의 굵직한 발언들이다. 일관된 흐름은 찾기 어렵다. 정책 기조가 바뀔 때마다 말이 바뀐다.



 #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신도시 개발보다 도심 재개발이 적합하다" → "신도시를 추가 확대한다. 재건축 절차도 간소화한다" → "수도권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기존 도심 재개발, 재건축에 대한 규제완화를 자제하겠다" → "건축경기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재개발 재건축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도 오락가락이다. 필요에 따라 방점이 달라진다. '주택 공급'이 우선됐다가 '시장 안정'에 무게가 실리는가 하면 갑자기 일자리와 경기 문제가 중시된다.



 MB(이명박 대통령) 경제팀이 6개월간 보여준 모습이다. 이 결과 현실성 없는 '위기설'에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위기설'이 '위기'로 현실화할 것이라고 보는 경제 전문가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설'이 계속 증폭되는 이유는 정부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탓이다.

 정책 신뢰도의 추락. 이것이 오히려 '위기의 본질'로 꼽힌다. '설'을 잠재울 수 없는 리더십의 현주소가 위기의 본질이란 지적이다. 이준구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경제 위기설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일관성도 없고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진짜 위기"라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적 장점 때문에 대통령이 됐지만 그동안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자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양수길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은 "국제수지 악화, 신용경색 등 경제위기에 관한 정보와 소문들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누적된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을 했다면 지금의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책 집행이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과도 맥을 같이 한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시장을 보는 태도도 관치와 시장경제를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직 한 관료는 "정부가 뭔가를 직접 하려 하거나 지시를 내리기보다는 시장이 보는 곳을 함께 보고 고민해야할 때"라며 "1970년대의 지시(Instruction)형 리더십이 아닌 시장과 호흡하는 2010년대식 멘토(Mentor)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에선 '괴담'과 '위기'에 책임지고 맞서는 관료가 없다는 점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다. 실제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 이후 공직사회에선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는 분위기가 사라졌다.

외환은행을 아무도 사려 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한 불을 끄고자 론스타에 넘긴 것을 훗날 위기가 진정된 다음 "문제였다"며 뭇매를 맞게 되는 분위기에선 누구도 책임지고 나서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은 "외환은행 매각은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며 "손에 피를 묻힌 관료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다보니 책임지려는 이들이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위기설을 부추기며 정책 당국을 몰아 세우기보다 함께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세로 지켜보는 인내의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여당 핵심 인사는 "위기냐 아니냐 공방을 벌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생각으로 고통 분담 등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