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경제정책, 신뢰 리더십 필요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9.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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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리더십 회복해야

'9월 위기설'의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데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오락가락' 정책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거세다.

이번 '9월 위기설'에 대처하는 방법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경제운용 시스템이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것도 신빙성 없는 위기설 확산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갈지자 환율정책으로 시장 혼선



대표적인 게 환율정책이다. 연간 7%대 성장을 기치로 내건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 고환율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무시하고 원/달러 환율 상승을 사실상 용인했다.

물가에는 다소 부담을 줄 수 있지만 환율이 오르는게 수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금리정책은 중앙은행 소관이지만 환율과 경상수지 적자 추이를 감안할 때 어느 길로 가야할지는 자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의 '복심'으로 불렸던 최중경 전 재정부 차관은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급격한 하락은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시장에 정부의 의도를 흘렸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환율 상승은) 기업 경영에 다소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위협을 주는 요소가 된다"고 언급해 시장이 정부 환율정책 방향을 놓고 우왕좌왕해야 했다.

그러나 고유가의 직격탄으로 물가가 급등하자 정부의 정책은 급선회했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물가안정으로 설정하고 외환보유액을 대거 풀어 환율 누르기에 나섰다. 수입물가 상승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 최중경 전 차관은 환율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다.


환율을 내리 누르던 당국의 의지는 그러나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지난달부터무뎌졌다. 여기에 외환보유액 부족론까지 더해지면서 고강도 환율 개입은 사라졌다.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대외요인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이제 시장에서 당국의 구두개입 정도는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어느 게 진짜 위기?

정부는 9월 위기설이 시장을 짖누르자 "위기는 허구"라며 연일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위기설의 불씨를 정부가 제공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16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오일쇼크 이후 최대 위기가 오는 것 같다"며 처음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다음날에는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어쩌면 세계위기가 시작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위기감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 경제정책 라인과 한나라당에서도 고유가와 국제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경기침체가 이어지자 "경제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제2의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등의 발언이 나왔다.

재정부 주변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위기론을 설파하는 것은 과거 정권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라는 비판 여론도 고조됐다. 이에 대해 강만수 장관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때는 경제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어들어서 과거에 비해서 어렵다는 뜻이었고 현재는 그런 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기업 법인세 인하 1년 연기, 공기업 민영화 후퇴를 둘러싼 당·정·청간 이견, 경기부양용 추경편성을 둘러싼 논란 등 크고 작은 엇박자가 이어지면서 정부 정책의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었다.

신뢰의 리더십 회복이 급선무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예측가능하고 설득력 있는 경제정책으로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래야만 '경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으로 당선된 이 대통령의 지도력이 살아나면서 시장도 정부를 믿고 따라올 것이라는 얘기다.

모 경제연구소의 연구위원은 "현재도 펀드멘털 자체가 의심을 받고 있는데 말로만 안심해도 된다고 하면 어떻게 설득이 되겠느냐"며 "미국도 시스템 위기 가능성이 커지자 부실 투자은행을 지원하듯 시스템 붕괴가 도전 받는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정부가 정권 초기에는 환율정책에 실패했지만 최근에는 기민하게 움직이려고 하는 것 같다"며 "시장에서 믿고 따라올 수 있는 시그널을 주면서 책임 있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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