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근거없는 '설'이 시장 흔들어"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8.09.0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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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뜯어보면 별 문제 안돼… 외인 매수전환에 주목"

정부에 이어 시장에서도 '9월 위기설'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렇다 할 근거를 갖지 못한 위기설이 시장을 계속 짓누르고 있어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사장단이 3일 아침 비공개 긴급 간담회를 갖고 시장 안정대책을 논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9월 위기설에 대해 "한마디로 근거 없는 '설'이 꼬리를 물고 확산된 끝에 시장을 흔드는 형국"이라며 "과장된 위기설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게 △주가 급락 △환율 급등 △일부 기업의 유동성 문제 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겉모습만 그럴 뿐 재정은 물론 금융·실물 부문의 펀더멘털이 견조하다는 얘기다.

정유신 스탠다드차타드증권 사장은 "과장된 심리적 위기감을 확대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지금 시장 흐름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며 "시장 (둔화 또는 하락) 흐름의 정도와 속도를 볼 때 위기설은 전혀 근거 없는 심리적 요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록 기업이익증가율이 예상보다 낮지만 기업의 펀더멘털 자체는 나쁘지 않다"며 "외국인의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의 유출은 한국 내 리스크보다는 유동성 확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본집(본국)의 사정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가하락, 환율상승, 물가부담 등으로 위기의식이 싹 튼 가운데 심리적 위기감이 더해지며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졌고, 이를 조기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외국인의 채권시장 유출과 관련해 "주식시장에서 한 달에 3조~4조원 가량씩 빠져나가고 있는데, 이에 비해 6조원 가량의 채권 유출 문제는 사실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이를 근거로 위기설을 끌어내는 것은 근거 없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문기훈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보유 채권의 유출 문제, 은행채와 회사채의 유동성 문제, 환율 및 금리 급등, 주가급락 등을 하나씩 뜯어보면 위기를 논할 정도의 문제를 찾아볼 수 없다"며 "이것들을 한데 뭉쳐 위기로 파악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문 센터장은 이어 "6조~7조원 가량의 외인 채권 만기, 은행채 및 회사채 현황 등을 살펴보면 한국 금융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큰 이슈가 될 수 없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악화되면서 동시 하락하는 국면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율 상승속도가 다른 이머징마켓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파르고, 일부 중견그룹을 대상으로 유동성 위기 등이 나오며 한국 내 신용 이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문 센터장은 또 "환율급등이 이어지며 이제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주식과 채권이 싸졌다는 판단이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해야한다"며 "이것이 현실화되면 외국인이 한국물에 대해 순매수 전환하거나 최소한 매도세가 진정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전환의 가능성을 눈여겨 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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