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실탄' 아끼는 이유 2가지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9.0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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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이탈대비·10월 국정감사 영향 적극적 개입 못해

- 원/달러 환율, 4거래일만에 70원 급등
- 당국, 구두개입+소규모 개입으로 일관
- 10월 국정감사까지 대규모 개입 힘들듯


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당국은 구두개입과 소규모 실개입으로 급등을 제어할 뿐 적극적인 조치는 취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이탈에 대비해 외환보유액을 넉넉하게 확보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에서 과도한 달러화 매도 개입에 따른 외환보유액 축소가 지적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당국의 적극적 개입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9.5원 급등한 1153.5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28일(1081.8원) 이후 불과 4거래일만에 70원 이상 뛰었다.



그러나 당국은 '게릴라식' 소규모 개입으로만 대응하고 있다. 최근 '9월 위기설'과 맞물린 금융시장 불안이 당국의 개입 여지를 좁히고 있다. 국고채 만기가 9월에 집중되면서 불거진 '9월 위기설'은 최근 일부 대기업의 자금위기설, 그에 따른 주가 급락과 '공명'(共鳴) 효과를 일으키며 증폭됐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급등을 막으려고 외환보유액을 털어 대규모 달러화 매도 개입에 나섰다간 자칫 외환보유액 감소를 재료로 하는 투기세력의 공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는 10월 국정감사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외환당국에게 부담이다.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개입한 뒤 환율이 되오를 경우 국정감사에서 "실효성없이 외환보유액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적어도 10월까지는 대규모 달러화 매도 개입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정부가 환율 하락을 막기위해 대규모 개입을 단행했던 지난 2004년 이후 매년 국정감사를 앞둔 9∼10월에는 정부의 개입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2004년 국감에서는 심상정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 정부의 고환율 정책에 대해 "수출 대기업만을 위한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한 뒤 환율은 1140원선을 내주고 그해 11월 1000원대로 밀려났다.

정부가 최근 실개입은 소규모에서 그치고 구두개입에 치중하는 것도 외환보유액의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환율이 1120원선으로 뛰어오르자 "현재 지나친 급등 추세에 대해 정부는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급등이 지속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고 구두개입을 단행했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도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 외환시장 불안에 대해 "앞으로 필요할 때는 정부가 필요한 개입을 확실히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어 김동수 재정부 차관은 2일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외환당국의 능력을 의심하지 말라"며 "외환시장에서 심리적 쏠림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구두개입도 압도적인 달러화 매수 수요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편 외환당국인 정부와 한국은행 스스로도 글로벌 강달러 추세 아래에서 무리한 실개입을 통해 환율을 찍어누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강달러 추세가 얼마나 갈 것인지는 전망하는 사람마다 달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어느 정도는 가지 않겠냐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은 지난 3일 국회정책포럼에서 “상당기간 환율상승 압력은 없어질 것 같지 않다”며 환율 상승을 사실상 용인하는 발언을 해 환율급등을 부추기기도 했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환율 상승이 서비스수지 개선 등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어느 나라도 물가나 국제수지 하나만 보고 환율 정책을 운용하는 나라는 없다"며 "우리 역시 물가과 국제수지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추구하면서 환율을 운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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