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 진짜 주범은 언론?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9.0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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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과장보도 '악순환' 심리적 불안감만 키워

'9월 위기설' 확산, 언론에 책임 있다?

'9월 위기설'이 금융시장을 카오스(혼돈)로 만들고 있는 가운데 언론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도 커지고 있다.

9월 중 만기 도래하는 외국인 보유 채권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달러가 부족해 금융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는 증권가 루머 수준의 '설'이 지금처럼 금융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커진데는 언론의 과장보도가 일정 역할을 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 과거 엄청난 생채기를 남겼던 외환위기와 현재 상황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무리하게 강조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국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9월 들어서는 영국의 더 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국 언론마저 가세해 위기설을 더욱 고조시켰다. 부정확한 팩트를 기초로 한 외신이 국내 언론에 인용되면서 위기설이 마치 실체가 있는 것처럼 부풀려진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실제로 더 타임스가 인용한 HSBC 아시아담당 이코노미스트의 발언 진의가 기사에서 왜곡됐다고 HSBC가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에 대한 비관적인 측면으로 부풀려진 외신보도가 이어지면서 국가 신인도 급락과 국가 부도 사태를 앞당겼다.

위기설이 진짜 위기를 부를 정도로 악순환이 반복되는 등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부도 언론에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면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들이 일어난다"며 언론의 신중한 보도를 요청했다.

강 장관은 "지난번 외환위기 때도 그랬지만 국내에서 자꾸 설이 일반화되면 외국인들도 의구심을 갖게 된다"며 "적극적으로 협조할테니 기사를 작성할 때는 꼭 재정부에 확인하고 써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말 9월 위기설과 관련해 금융시장 전문가들과 비공개 토론회를 열었는데 외환보유액 등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언론의 과장된 보도가 가장 우려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언론에서 위기 가능성에 대해서 경고음을 내고 진단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지만, 경쟁적으로 위기설을 앞세우면서 위기를 촉발시키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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