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계, "우린 채권 안팔면 그만"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8.09.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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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2일 약 2000억원의 자체 자금을 활용, 금융소외자 지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대부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캠코와 대부업계 간 핵심 쟁점 사안은 바로 연체 채권에 대한 매입가격 문제다. 캠코는 연체 채권을 10% 이내의 가격으로 매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부업체들은 그 이상의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연체 채권을 추심할 경우 이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대형 대부업체 관계자는 "10% 이내의 가격으로 연체 채권을 매입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자체적으로 채권을 매각할 경우 적어도 16~20%는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대부업계에서 이 같은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캠코는 다음 달에 발표할 채권 매입 공고에 대부업체들이 얼마나 적극성을 보일지 내심 불안해하는 눈치다.



실제로 대부업계에선 캠코의 연체 채권 매입 공고에 일절 반응하지 않을 태세다.

한 업계 관계자도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캠코 측에 채권을 팔지 않으면 그만"이라며 신용회복기금에 대한 업계 내 냉소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캠코 측이 채권 매입 타깃을 잘못 설정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캠코에서는 주로 대형 대부업체의 채권을 매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소업체의 채권은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 때문.


그러나 업계에선 "정말 문제가 심각한 곳은 바로 중소형 대부업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중소 대부업체에서 100~200%의 살인적인 고금리에 불법 대출을 하면서, 서민 채무자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중소업체들의 불법 금리로 서민들의 고통이 크다"며 "이번 캠코의 신용회복기금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이라기 보단 생색내기에 가깝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캠코측은 큰 틀만 잡혔을 뿐 아직까지 세부적인 사항은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캠코 관계자는 연체 채권 금리에 대한 대부업계의 반응에 대해 "10% 선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이 관계자는 캠코가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대형업체의 채권만 매입하려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중소업체 측에서 협조만 한다면 매입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간 채권가격에 대한 인식 차가 너무 커서 실제로 캠코에서 중소업체 채권을 매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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