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지금이라도 던져?"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9.0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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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성적인 공포는 일시적 현상…국민연금 나서야

코스피지수가 급기야 장중 1400선도 내줬다. 지난달 22일 종가기준으로 연중 처음 1500선 밑으로 내려선 뒤 7거래일만에 1300대까지 발을 내디뎠다.

이날 낙폭이 -0.52%로 연중 두번째로 컸던 전날 하락률(-4.06%)에 비해 아주 선방한 모습이지만 투매가 이어지면서 주가 하락세의 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공포는 더 커졌다.



투신권이 이날 513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프로그램 차익거래 순매수가 연중 최대규모인 6460억원에 달한 것에 비추어 실질적으로는 전날에 이어 또 다시 6000억원 상당의 매물을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도 4241억원을 순매도하며 지난 5월29일 6001억원 순매도에 이어 4개월만에 최대규모 순매도에 나섰다. 개인은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8일동안 28일 하루의 소규모 순매수(+352억원)를 제외하고 7일간 순매도에 나서면서 총 1조4301억원의 누적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2639억원을 순매도하며 11일간 총 2조5286억원을 순매도했다.



즉 외인의 주식 순매도 행진속에 주가가 지지선을 이탈하자 개인이 포기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투신권이 투매에 나서면서 증시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전날 58개 종목이 하한가까지 떨어진 코스피시장에서는 이날도 42개 종목이 하한가로 추락했다.
이날은 동부그룹주가 먹잇감이었다. 동부생명 유상증자 추진 소식이 재무적 위험을 떠올리게 하면서 동부화재 (110,800원 ▼800 -0.72%)가 개장초 하한가로 내밀렸다. 결국 동부건설 (4,425원 0.00%)이 가격제한폭까지 주저앉은 등 시장에 상장된 9개 계열사 가운데 6개 종목이 10% 이상 폭락했다.

코오롱 (14,700원 ▼30 -0.20%)코오롱건설 (10,170원 ▼30 -0.29%)은 이틀째 하한가로 치달았다. 세제 개편의 치명타를 받은 강원랜드 (17,240원 ▼490 -2.76%)는 하한가로 개장한 뒤 미동도 하지 못했다.


2일자 하나대투증권의 데일리 제목이 '망연자실, 유구무언'이었다. 전날 주가가 4% 넘게 폭락하자 투자심리를 대변하기 위해 선정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이제 1400선도 무너졌다. 또 다른 어떤 문귀를 대입해야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하지만 투매 장세에서 뾰족한 대안은 없다. 일단 투매가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투매가 투매를 불러내는 악순환, 한 업종에서 타 업종 또는 다른 종목으로의 전염효과, 주가가 한없이 떨어질 것만 같은 공포감 확산 등 결코 피해갈 수도 없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통상 3차 투매면 끝이라고 한다. 연일 그룹을 바꿔가며 희생양을 삼고 로스컷 투매에 나서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주가 1300대는 객관적으로 무척이나 싼 레벨이다. 1600선 이하를 저가로 보는 입장에서는 이렇듯 비이성적인 투매가 나오는 시점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날 연기금이 4369억원을 순매수하며 연중 최대규모 순매수의 포문을 열었다. 증시가 완전히 망가지고 공황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매수에 나서야 한다.
특히 연내로 10조원을 추가로 매수할 심산이라면 현재와 같이 개인과 기관이 투매에 나설 때가 우량주를 싸게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삼성전자 (62,600원 ▼400 -0.63%)가 5일간의 하락행진을 끝내고 2% 넘게 상승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밥캣 인수 관련된 두산인프라코어 (6,900원 ▼70 -1.00%)가 이날도 10% 넘게 하락했지만 두산중공업 (18,200원 ▲240 +1.34%)이 상승반전하고 두산 (168,500원 ▲3,600 +2.18%)도 낙폭을 대부분을 만회했다.



기업 자금동향이 급속도로 악화돼 부도위기에 직면하는 게 아니라 자산운용사가 보유물량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하한가 행진은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시장 분위기가 얼마나 경직됐는지는 건설업종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통령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종이 9일 내리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은 시장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입증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현재처럼 비이상적으로 과도한 비관론에 휩싸이는 때가 반전의 시점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34.0원으로 치솟으며 또 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상호 상승작용을 하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지만 외환위기 재발같은 우려는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

다음주 11일 쿼드러플위칭데이에서 수조원의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될 것이라는 예상이 현재 저가매수 가담을 가로막는 유일한 변수다.
주가가 더 빠지는 게 보장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보유주식을 처분하는 게 맞는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시장 컨센서스대로 움직인 적은 많지 않다. 특히 비이성적인 탐욕과 마찬가지로 비이성적인 공포 속에서의 지나친 흐름은 대부분 끝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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