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합된 민심이 여론의 물줄기를 뒤바꿔 놓는 경우도 잦다. 정치권이 너도나도 명절 민심잡기 경쟁에 나서는 건 그래서다.
올 추석 연휴는 여야 정치권엔 특별히 더 중요한 기간이 될 것 같다. 여론의 향배가 추석 이후 본격화될 정국 주도권 경쟁의 승패를 가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석이 다가올 수록 여야 정치인들의 속은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의 속이 편치 않다. 새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천명하고 '새출발'을 다짐했지만 민심을 되레 들썩이게 하는 악재가 불거지고 있는 탓이다.
그래서일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추석 때 지역 주민들을 만나기가 솔직히 두렵다"고 했다.
경기도가 지역구인 한 재선의원은 "아무래도 지역민들이 '쓴소리'를 많이 하시지 않겠느냐. 총선 때 뽑아준 유권자들을 뵐 낯이 없다"며 "그래도 민심을 가감없이 전해 듣고 한나라당이 경제살리기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는 진의를 유권자들에게 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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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요새도 지역에 내려가면 '그 정도밖에 못 하냐'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며 "추석 때 시장도 돌아보고 해야 하는데 뭐라고 답을 해야 할 지 걱정"이라고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재경 의원은 전날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추석 때 내려가면 지역민들에게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면 되는지 장관이 좀 알려 달라"고 답답해하기도 했다.
한나라당보다 사정이 낫긴 하지만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염려하는 건 민주당도 한가지다. 야당의 할 일을 도외시하고 '정쟁'에만 몰두했다는 비판이 눈에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광주가 지역구인 한 재선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워낙 못해 '질책'보단 '격려'를 많이 해 주실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민주당은 잘 한 게 뭐냐'고 물으면 솔직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