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여야 "추석 민심을 어이할꼬"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9.0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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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추석앞두고 '전전긍긍'...한 '부자감세·9월위기' 속앓이

명절 민심은 '여론의 척도'다. 명절 차례상이나 밥상엔 유권자들의 입담에 실린 정국 현안이 숱하게 올려진다.

취합된 민심이 여론의 물줄기를 뒤바꿔 놓는 경우도 잦다. 정치권이 너도나도 명절 민심잡기 경쟁에 나서는 건 그래서다.

올 추석 연휴는 여야 정치권엔 특별히 더 중요한 기간이 될 것 같다. 여론의 향배가 추석 이후 본격화될 정국 주도권 경쟁의 승패를 가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엔 이번 추석이 이반된 민심을 수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정권 출범 이후 흐뜨러진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시도할 흔치 않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여권의 실정을 집중 부각시키는 전략을 통해 지지율 반전의 계기로 삼을 태세다.

하지만 추석이 다가올 수록 여야 정치인들의 속은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의 속이 편치 않다. 새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천명하고 '새출발'을 다짐했지만 민심을 되레 들썩이게 하는 악재가 불거지고 있는 탓이다.



일단 전날 정부·여당이 야심차게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 "대기업과 부자들을 위한 것"이란 비판이 많다. '강부자 내각'에 이은 '강부자 감세' 논란이다. 금융시장을 '시계제로' 상태에 놓이게 한 '9월 위기설'도 연일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추석 물가불안, 불교계 홀대 논란 등 악재도 겹겹이다.

그래서일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추석 때 지역 주민들을 만나기가 솔직히 두렵다"고 했다.

경기도가 지역구인 한 재선의원은 "아무래도 지역민들이 '쓴소리'를 많이 하시지 않겠느냐. 총선 때 뽑아준 유권자들을 뵐 낯이 없다"며 "그래도 민심을 가감없이 전해 듣고 한나라당이 경제살리기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는 진의를 유권자들에게 전할 것"이라고 했다.


지방의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요새도 지역에 내려가면 '그 정도밖에 못 하냐'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며 "추석 때 시장도 돌아보고 해야 하는데 뭐라고 답을 해야 할 지 걱정"이라고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재경 의원은 전날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추석 때 내려가면 지역민들에게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면 되는지 장관이 좀 알려 달라"고 답답해하기도 했다.

한나라당보다 사정이 낫긴 하지만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염려하는 건 민주당도 한가지다. 야당의 할 일을 도외시하고 '정쟁'에만 몰두했다는 비판이 눈에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광주가 지역구인 한 재선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워낙 못해 '질책'보단 '격려'를 많이 해 주실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민주당은 잘 한 게 뭐냐'고 물으면 솔직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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