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짝퉁' 신사동·삼성동 아닙니다"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08.09.0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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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관악구' 신사동·삼성동 가보니… 신림동 1일부터 개칭

↑신사동(구 신림4동) 도로 교통표지판<br>
↑신사동(구 신림4동) 도로 교통표지판


"'지역 주민의 뜻에 따라' 1일부터 우리동 명칭이 신사동(新社洞)으로 바뀝니다."

3일 오전 2호선 신대방역 건너편에 자리 잡은 서울 관악구 신사동 골목. 다소 인적이 드문 이곳 골목에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지난달까지 '신림4동'으로 불렸던 이 지역이 주민의 '염원'에 따라 새 이름을 갖게 됐다. 난곡사거리와 옆에 신사동이라 적힌 교통 표지판이 아직은 다소 어색해 보였다.

그동안 낙후 지역이라는 오명을 받아온 신림동(본동~13동)과 봉천동(본동~11동)이 관악구의 행정동 통·폐합 사업으로 개칭됐다. 특히 주목을 받은 곳은 '신사동(옛 신림4동)'과 '삼성동(옛 신림6·10동)'. 강남구의 대표적 동네와 이름이 같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이 곳에서 M마트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그 많은 이름 놔두고 굳이 강남 따라서 이름을 똑같이 바꿀 필요가 있나"며 "강남구에서 같은 이름 쓰지 말라고 소송까지 냈다는데 이렇게 자존심 상하면서까지 똑같이 바꾼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미지 업그레이드'로 긍정적 효과를 얻지 않겠냐는 반응도 있었다. G공인중개 이모 대표는 "다세대 빌라가 많은 신사동의 59.5㎡ 주택이 경전철 등의 호재로 올 초에 비해 3000만원 올라 지금은 1억800만원이다"며 "그동안 '신림동'이라는 딱지가 붙어 저평가를 받았는데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론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동(구 신림6동) '신림뉴타운' 예정지역↑삼성동(구 신림6동) '신림뉴타운' 예정지역
동 명칭에 관한 의견은 엇갈렸지만 공통적으로 드러난 주민들의 생각은 '집값 저평가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 지역 재래시장에서 건강식품 사업을 하는 권모씨는 "20년 동안 여기서 일했는데 강남 집값이 끝없이 오를 동안 여기는 얼마 오르지 않았다"며 "이름이 바뀌면 조금이나마 상황이 나아질지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사동 주민센터의 송근현 계장은 "주민 8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7.4%(4878명)가 원해 '신사동'으로 개칭하게 됐다"며 "은평구가 신사동이라는 명칭을 제일 먼저 썼고 이어 강남구가 사용했지만, 우리 동도 그동안 '신사길'이라는 도로가 있어 새 동 명칭과 친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법정동'이 아닌 '행정동'이 바뀐 것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행정업무와 관련해선 불편을 겪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동(구 신림6동) 주민센터 입구 모습↑삼성동(구 신림6동) 주민센터 입구 모습
삼성동(三聖洞)으로 변경된 신림6동·10동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H공인의 A대표는"이번 개칭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무덤덤한 편"이라면서도 "그래도 뉴타운 개발 호재와 함께 한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되지 않겠느냐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 두 개의 동은 2005년 '신림뉴타운'으로 지정돼 사업이 진행 중이다. 아직 조합만 겨우 설립됐을 뿐 별다른 진전이 없지만 2005년 당시 3.3㎡당 750만원이었던 지분가는 현재 두배 이상 오른 1500만원이다.

이재응 삼성동 주민센터 행정민원팀장은 "구 신림6동 인근에 '삼성산(山)'이 있어 삼성동이란 이름에 주민들이 친근감을 느낀 것 같다"며 "새 명칭으로 이미지가 개선된 만큼 새 마음으로 업무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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