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국민연금,구원투수 나서라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09.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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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매수 기회…금감위 "올 주식투자 여력 10조"

정부가 국민연금에 대한 '증시 구원'을 요청했다.

금감위는 "국민연금이 지금은 저가 매수를 생각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주식을 매수한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감위는 "국민연금은 올해 운용하게 될 총 자산이 250조원에 이른다"며 "이 가운데 28.3%를 주식에 투자할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10조원의 주식투자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남은 기간이 9월부터 12월까지 4달임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은 달마다 2조5000억원씩을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셈이다. 한달 거래일이 대략 20일임을 고려하면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루에 1250억원씩은 줄기차게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2일에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15분까지 연기금은 815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사학연금과 군인공제회 등 다른 기금의 순매수분을 제외하면 600억원 정도의 '사자우위'에 그치는 것으로 관측된다.

코스피지수가 1400선이 붕괴될 위험에 처했는데도, 기존 집행자금도 투자하기를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국민연금의 이같은 행태를 '비겁한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값싸고 좋은 우량주식이 널려있는데도 자금여력이 풍부한 국민연금이 투입예정키로 한 자금까지 집행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지 못할 일"이라며 "증시가 위기를 맞는 지금 구원투수로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구원투수로 등판해야 하는 이유가 단지 증시가 어려움을 겪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가격이 많이 내려가면서 기업실적 대비 주가의 펀더멘털이 좋고, 외국인의 매도세가 주춤한 지금 우량주식을 '큰 손'인 국민연금이 사지 않으면 언제나 지금까지의 뒷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강조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들이 대규모 자금으로 싼 주식을 긁어모아 비싸게 팔아치우면서 차익을 남긴 사례를 보면서도, 국민연금은 현재가 적기임에도 불구하고 관망세를 취하는 점을 비판했다.

다른 증권업계의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매수적기임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로 조직이 안정성이 흔들리는 점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나 운용사의 경우 장기투자를 외치지만 결국에는 사기업적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국민연금은 그야말로 장기투자에 적합한 '큰 손'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쌀 때 주식을 사지 않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증시방관'에 대해 "박해춘 이사장이 새롭게 취임한 이후 '조직 군기잡기'에 들어가 조직이 어수선한 데 주식이 눈에 보이겠느냐"고 비꼬았다.

이사장 교체 이후 주식운용본부장도 교체되고, 유승록 국민연금 주식팀장도 CJ자산운용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는 등 주식운용본부가 상당히 흐트러진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인력의 이탈도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명 정도의 운용인력이 이탈한 데 이어 최근에도 이탈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식운용역들이 자기 앞길 찾기 바쁜 상황에서 국민연금 주식운용자들의 주식시장에 대한 애정이 나타날리 만무하다.

물론 국민연금측은 "세간에 떠도는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에 대해 일각에서 '국민의 노후자금을 불확실한 증시에 투입해 연금 안정성을 해친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같은 비난은 증시가 언제나 바닥 근처에서 얼쩡거리지 않는 이상 증시가 오르면 해결될 일이다.

최근 타계한 존 템플턴경은 "증시가 공포에 처했을 때 주식을 사고, 희망이 증시를 뒤덮을 때 주식을 팔라'고 했다. 국민연금은 일각의 여론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진정한 구원투수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내부의 군기를 잡을 때'는 잡더라도 대외적으로는 국내외 경제와 증시 상황을 판단해 최적기에 증시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일 의무가 있다.

나중에 외국인들이 다시 싼 가격에 국내주식을 주워모을 때 국민연금이 뒤늦게 뛰어든다면 그 때는 '비싼 가격에 사서 싼 가격에 파는' 우를 범할 지도 모른다는 게 증시의 우려섞인 한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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