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시 정책 기조, '투명성 개선'으로 돌아서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08.09.0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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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안목으로 투명성 개선 시도...증시 반응은 아직 냉담

베이징 올림픽 이후 증시 안정을 위한 중국 정부의 투명성 개선 정책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반면 그 동안 말만 무성했던 증시 부양책은 실제로 도입되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일각에서는 증시 안정을 위한 당국 정책의 큰 줄기가 증시 투명성 개선으로 자리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푸린 증감위 주석 "증시 기본체력 배양해야"



투명성 개선을 통한 증시 안정화 기조는 최근 상푸린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 주석의 보고서를 통해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 '중국금융'을 통해 "중국 자본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먼저 경제 발전의 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증시 안정화를 목표로 하반기에는 증시의 기본적 체력을 배양하기 위한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최근 문제시되고 있는 블록딜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회기금 확대와 함께 기업연금 등 기관자금의 시장유입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푸린 주석의 의중은 정책에 반영되어 바로 나타났다. 베이징 올림픽 폐막 이후 2주 동안 증시 투명성 개선을 위한 당국의 정책이 연이어 발표된 것이다.

◇펀드 정보공개 시스템 구축


이번달 2일에는 펀드 투자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증권투자기금 정보 공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CSRC는 새 정보공개 시스템이 국제 기업 재무 및 비재무정보 공개 표준인 'XBRL'(extensible business report language)에 따라 구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 정보공개 시스템은 2009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XBRL은 기업정보를 효율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기업의 재무 및 비재무정보를 정리한 전산언어로 미국 나스닥, 호주 증권거래소 등에서 운용중이며 모간스탠리, UBS 등 국제 투자금융기관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 정보공개시스템의 구축으로 펀드 등 증권투자기금 정보의 데이터화가 가능해져 기업 재무 공개와 펀드 정보의 투명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부거래 규제 고삐 더욱 조이고...



1일에는 내부 거래자 규제책의 일환으로 증권 브로커 관리 강화 규정도 발표됐다. CSRC는 이날 '증권 매매 대리인 관리규정' 초안을 마련하고 브로커에 대한 감독 및 심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 마련된 관리규정 초안에 따르면 증권사는 회사 외부 인사도 브로커로 채용할 수 있게 된 대신 자체적으로 브로커의 월권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관리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증권사에 소속된 매매 대리인은 고객을 대신한 계좌 개설, 취소, 이전 및 투자금 예입, 인출 등의 업무에서 배제되며 투자자들에게 본인의 투자 의견이나 투자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불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증권사 내부거래자에 대한 규제 강화안은 지난달 25일에도 나왔다. 전국인민대표대회(NPC) 상임위원회는 이날 형법수정안 7에 대한 1차 심의를 열고 불법 펀드·증권거래에 대한 형사처벌규정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형법에 따르면 증권 및 선물거래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부당이득을 올린 자에게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게 돼 있다.

이에 전국인민대표대회와 CSRC는 펀드사나 증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올리는 법인 내부인사에게도 형사책임을 묻도록 형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록딜 거래도 더욱 투명하게...

상푸린 주석이 직접 문제제기한 블록딜 거래 정비도 논의에 올랐다.

신화통신의 1일 보도에 따르면 증시 물량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비유통주 블록딜 거래' 규정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자 비유통주 거래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증권관리감독위원회(CSRC)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CSRC에 따르면 지난달 20일~22일 사이에 중국 증시에서 블록딜을 통한 비유통주 거래 총액은 3억3900만위안으로 관련 통계 기관이 발표한 비유통주 실제 유통액인 11억7200만위안에 크게 못미쳤다.

이에따라 CSRC내부에서 비유통주 거래의 정확한 통계를 위해 거래 창구를 단일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도 보호예수 해제된 비유통주는 블록딜을 통해서만 거래돼야 한다는 뜻을 밝혀 비유통주 거래창구 단일화 주장은 각계로 확산되고 있다.



◇말만 무성한 부양책...'헛소문'에 그치나

투명성 개선안이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고 있는 동안 그간 말만 무성했던 증시 부양책은 단순한 '루머'에 그치는 모습이다. 당국의 발표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투자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부양책 루머 가운데 아직까지 실제 정책으로 옮겨진 것은 없다.

당국이 증시 안정을 위한 기금 조성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은 연초 중국 증시가 폭락할때 부터 돌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JP모간체이스의 한 이코노미스트가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최대 4000억위안의 기금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증시안정기금 조성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지금까지 당국이 직접 기금 조성에 나설 것이라는 뜻을 밝힌 적은 없다.



신용거래를 허가할 지도 모른다는 소문과 증권거래세 인하가 한차례 더 있을 것이라는 말도 증시에 돌았지만, 역시 이와 관련된 당국의 발표는 아직 없는 상태다.

◇증시 투명성 개선...증시는 아직 '냉담'

그러나 아직까지 증시는 실제로 발표된 투명성 개선책 보다는 부양책에 대한 루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한 기금 조성에 나설 것이라는 JP모간체이스 이코노미스트의 보고서 발표에 상하이 증시는 무려 7.63% 급등하며 4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투명성 개선보다는 부양책을 기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오히려 투명성 개선을 위한 정책 발표는 증시 하락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NPC) 상임위원회가 불법 펀드·증권거래에 대한 형사처벌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증시 부양책에 대한 시장 기대감은 오히려 반감돼 이날 상하이증시는 3.4% 급락했다. 이번달 1일에는 CSRC 회의에서 증시부양에 대한 논의 대신 투명성 개선을 위한 정책 발표가 줄을 잇자 상하이증시는 3.01% 급락했다.



2일에도 상하이증시는 증권투자기금 정보 공개 시스템 구축에 관한 보도가 나오면서 전거래일 대비 0.71% 하락한 2308.66에 오전장을 마쳤다.

그러나 당국의 투명성 개선 정책은 장기적으로 증시 안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조용찬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당국이 내부자 거래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증시 부양책에 대한 시장 기대가 반감되고 있다"며 "그러나 투명성 개선을 위한 당국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증시 하락요소가 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호재"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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