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총리 전격 사퇴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9.0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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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1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일본 정국은 한치앞도 못보는 안개속으로 빠졌다.

후쿠다 총리가 지난해 9월 26일 취임한 이후 채 1년도 못채우고 사임을 결정한 이유는 취임 이후 정치적 지도력을 좀처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 상황 마저 어려워지면서 지지율이 땅에 떨어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후쿠다 총리는 결국 "정부의 정책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부가 필요하다"고 밝히며 사의를 표명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이로써 아베 신조 전 총리에 이어 두번 연속으로 총리가 중도에 사퇴하는 총체적인 난국에 처했다. 앞서 아베 총리 역시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한데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후쿠다 총리의 사임은 현 체제로는 자민당이 내년 1월 열리는 중의원 선거에서도 참패를 당해 야당에 정권을 내줄 수 있다는 절체 절명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후쿠다 총리는 지난해 취임이후 자민당에 냉담해진 국민들의 관심을 되돌리기 위해 자민당의 쇄신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6년간 이어오던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취임 이후 제동이 걸리면서 쇄신책은 중도에 탄력을 잃고 말았다.

이미 일본은행(BOJ) 총재를 선임 인사가 야당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참의원에서 잇따라 부결되는 등 자민당의 정치적 리더십은 크게 흔들렸다.


일본 경제는 결국 지난 2분기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고, 이에 다급한 정부는 지난달 29일 11조7000억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경기 부양책의 효과 역시 의문시됐다.

결국 후쿠다 총리의 내각의 지지율은 20%대로 급락했다. 자민당 내에서는 중의원 총선을 위해 후쿠다 총리가 용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날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각 지지율은 29%로 8월초 실시한 조사 결과에 비해 9%포인트나 하락했다.



후쿠다 총리는 지난달 1일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대규모 개각을 단행했지만 국민들은 이 마저도 외면했다. 개각 직후 2000억엔이 넘는 정치자금 문제가 다시 터져나오면서 국민들은 자민당이 부패한 정권이라는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을 뿐이다.

휘발유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휘발유세를 잠정 부활한 것은 물론 5000만건의 사라진 연금기록 복구 문제에 대한 부진한 대응, 후기 고령자 의료제도에 대한 비판 등도 후쿠다 총리 내각의 인기가 땅에 떨어진 이유로 작용했다.

자민당도 후쿠다 총리의 사의 표명을 받아들여 2일 서둘러 총재 선거를 실시키로 했다. 후임 자민당 총재이자 총리에는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이 유력시되고 있다.



자민당이 아소 총리 체제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인기를 되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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