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말 미증시가 1% 넘게 떨어짐에 따라 어느정도 하락을 예상하긴 했지만 장마감 시점까지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4%가 넘게 추락할 것으로 예상하진 못했다.
로스컷 한도에 걸린 투신권이 무차별적으로 매물을 내놓으면서 '주가하락→로스컷→주가하락'의 악순환 수렁에 깊게 빠져든 모습이다.
업종과 종목 가릴 것 없이 난타를 당하는 가운데 이날 또 다른 희생양은 LG전자 (111,400원 ▲300 +0.27%)였다. 8월 휴대폰 부문 영업이익률이 8%대로 떨어졌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장중 11.7%나 폭락했다.
그룹 자금 악화설이나 유동성 위기설 등에 몰린 것도 아니고 단지 한달간의 기업실적이 다소 나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시가총액 10위 안에 드는 종목이 10% 넘게 추락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날 프로그램 순매수가 9827억원에 달하면서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가 연중 두번째로 큰 하락률을 기록한 것은 투신권의 투매 때문이라 추정이 가능하다.
투신권은 이날 1017억원 순매도로 집계됐는데 프로그램 순매수 감안시 6000억원이 넘는 매물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개장초부터 로스컷 한도에 걸린 투신권에서 무차별적으로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펀드 환매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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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증시 폭락에 기름을 부은 것은 원/달러 환율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23.8원까지 치솟으며 3년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모습은 위기의 전형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9월 위기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위기의 한복판에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여타 아시아증시보다 2∼3배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는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은 인생사 새옹지마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펀더멘털을 넘어서는 주가 상승의 대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다.
투신권의 한 관계자는 "외인의 숏셀링이 만연한 상태에서 실적 악화 및 유동성 고갈 우려감까지 더해지자 결국 최악의 국면이 도래하는 양상"이라면서 "펀드런을 촉발시키기 위한 음모론까지 나돌고 있기 때문에 사태가 쉽게 수습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날과 같은 투매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게 과거의 경험에 따른 교훈이다.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경기 부양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피력된다면 주식 매수에 있어 지금보다 매력적인 때도 드문 일이다.
김준연 코리안리투자자문 대표는 "정부가 경기와 시장 진폭을 줄이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에 나서주면 앞으로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주문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시사가 주가 상승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원/달러 환율이나 감세에 대한 정부 대응이 서툴다는 지적이 많다. 취임 초기 촛불 시위에 크게 당한 뒤 정책수행에 있어 자신감과 과감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을 다루는 정부당국의 태도는 같은 입장에서 봐도 어리둥절하기 짝이 없다"면서 "보다 자신있게 경기 부양을 위한 확실하고 가시적인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