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타임스 "한국 9월 위기 가능성"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8.09.0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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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외환 유동성 위기에 노출돼 '검은 9월'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서울발 인터넷판 기사로 1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한국은행이 모기지업체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비롯한 미국 관련 기관에 투자한 약 500억달러가 묶인 데다 최근 외환 시장 개입에 막대한 실탄을 쏟아붓고도 환율 안정에 실패, 한국 외환시장이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소스를 밝히지 않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한국은행이 지난 7월 한달 동안에만 200억달러를 외환시장에 투입했기 때문에 더 이상 쓸 실탄이 충분치 않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 지난 한달 동안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7% 이상 급락해 , 환율이 44개월 최고치로 치솟는 등 외환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CLSA 의 샤밀라 웰란 이코노미스트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은 한국이 더 이상 플레이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은 게임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67억달러에 달하는 한국 채권의 만기가 이달 도래하는데 잠재적으로 원화의 하방압력이 될 수 있고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나빠질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최근 국내에서 제기된 9월 위기설을 거론했다.

아울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470억달러로 추정되는데,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9개월치 수입액을 결제할 수 있는 최소 금액 3200억달러에 못 미친다고 덧붙였다.

또 HSBC의 프레데릭 노이만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단기 외채 비율에 비해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면서 "한국은 원유 수입 헷지 비용 등으로 일년내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가 2156억달러 정도 있다"고 밝혔다.


노이만은 "한국 정부의 외환보유액중 상당 부분이 미국과 관련된 모기지 유동화 증권이기 때문에 미국의 문제가 깊어질수록 한국의 외환보유액 유동성은 심각한 위험을 겪을 수 있다"면서 "한국이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CLSA의 웰란도 "비록 97년과 같은 외환위기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아시아 3위 경제국인 한국은 최근 수주간 독특한 취약성들을 노출시키고 있다"면서 "경상수지 적자 추세를 감안할 때 한국 정부가 개입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외국인들이 한국 외환보유액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할 경우 투자금 회수에 나서 환율은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신문은 한국인들이 고물가로 신음하고 있으며 지난 여름 화물연대 파업과 거리 시위 역시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는 걱정으로 인해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 운동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하지만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7월 한국계과 호주계 은행들이 아시아에서 프래디맥과 패니매에 대한 투자 규모가 매우 적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무디스 집계에 따르면 아시아기관들의 프래디맥과 패니매를 포함한 미국 기관 발행 채권에 투자한 규모는 약 8000억달러 정도이며 이중 국내은행과 보험사들의 투자규모는 5억5000만달러로 0.068%라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패니와 프레디 등은 지난주 20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에 각각 성공하면서 주가가 반전세에 놓이는 등 최악은 모면했다는 안도감이 시장 전반에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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