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지 않는 악성 루머…LG전자 '강타'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오승주 기자 2008.09.0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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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대차거래 음모설 낳아…멍드는 기업과 투자자

이번엔 LG전자 (109,600원 ▼1,300 -1.17%)가 걸려 들었다. 약세장 속에서 악성 루머가 LG전자를 강타했고, LG그룹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또다시 대차거래(공매도) 세력의 '음모설'이 흘러 나왔고, 해당 기업과 투자자들의 가슴에 커다란 멍을 남겼다. 코스피지수는 두산그룹 여진과 LG전자 약세로 하락 폭을 키웠다.

1일 장초반 LG전자의 8월 휴대폰 부문 영업이익률이 8%대로 떨어졌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LG전자 측은 이에 "월별로 실적을 발표하지 않지만, 자체 잠정집계 결과 8월에도 휴대폰 영업이익률은 10%를 충분히 넘었다"고 해명했지만, 하락세를 잠재우지 못했다. 악재에 민감해지는 하락장 속에서 투자자들의 우려 매물이 그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LG전자는 장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전주말 대비 9700원(9.76%) 떨어진 9만1800원을 기록했다. LG(-6.54%) LG디스플레이(-6.65%) 등도 동반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LG전자에 대한 악성 루머와 급락에 대해 조심스럽게 대차거래 세력의 '개입'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비록 명확하게 그 연결을 '확증'하기 어렵지만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심증'을 제기하고 있다.



◇그치지 않는 악성 루머=이날 LG전자에 대한 악성 루머는 기습적으로 유포됐다. LG전자의 휴대폰 부문의 실적이 7월에 비해 8, 9월에 떨어질 것이란 시장 예측을 교묘히 이용해 '영업이익률 8%'라는 수치를 시장에 흘렸다. 유럽 경기둔화 등으로 전월 대비 떨어질 것이란 시장 기대에 불을 지핀 것.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G전자의 휴대폰 부문 영업이익률이 7월 14%, 8월 10%대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투자증권 추정치 11.9%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 리스크는 주로 LG디스플레이 지분법 이익 감소에 따른 것으로, 아직 휴대폰 부문으로 번진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악성 루머는 잊을만 하면 등장해서 해당 기업과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형태는 '긍정형', '부정형'으로 나뉜다.


긍정형 루머는 인수설 등 호재성 재료를 고의로 유포시킨 뒤 상승시 치고 빠지는 '초단타 작전'이 주를 이룬다. 지난 6월 10일 개장 직후 "롯데그룹이 대신증권을 인수할 것"이란 루머가 대표적이다. 이날 대신증권 주식거래량은 직전 올 최고거래량이었던 1월 22일(약 157만주)의 3배 수준에 이르며 9% 가량 올랐다 대신증권의 "계획 없다"는 공식 부인 이후 하락반전했다.

같은 날 교보증권에도 작전이 걸렸다. 개장 직후 "교보생명이 긴급이사회를 열어 유진그룹으로 교보증권을 넘기는 안건을 논의한다"는 루머가 퍼졌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이날 이사회 개최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다. 역시 사실무근으로 확인되며 5% 가량 상승에서 6.51%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부정형의 대표적인 사례는 하이닉스반도체 건이다. 지난 7월 4일 메신저를 통해 "유동성 위기에 봉착"이란 루머가 돌았다. 하이닉스가 자금난에 빠져 전환사채(CB)의 발행규모를 늘렸다는 중상모략이었다. 실제 추진되고 있는 CB발행에 대해 부정적인 해석을 덧씌워 위기설로 포장한 형태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올들어 악성 루머는 더욱 교묘해지고 더욱 대담해졌다"며 "비록 사실무근으로 판명된다해도 해당 기업은 브랜드인지도 등에 타격을 입게 되고 불필요하게 루머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산그룹 사태에서 나타났듯 루머가 사실로 확인된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 악성 루머가 온존하고 있다"며 "약세장 속에서 악성 루머 폐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수그러들지 않는 공매도 의혹=일부 전문가들은 LG전자에 대한 공매도 세력의 공격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LG전자의 최근 2주간(지난달 18~29일) 대차거래 수량은 332만5313주였다. 이 기간 LG전자 거래량(1286만4559주)의 25.8%를 차지했다. 거래된 100주 가운데 26주 가량이 대차거래였던 셈이다.

특히 지난달 29일에는 하루만에 LG전자의 대차거래량이 전체 거래량의 28.1%로 높아졌다. LG전자에 대한 대차거래가 늘어날수록 LG전자 주가의 하락을 원하는 세력이 많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심증 만으로 결론내릴 수 없다는 입장인데, 하지만 악성 루머와 대차거래와의 연결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현재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시장상황이 조그만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과정에서 LG전자 주가도 휘청대는 모습"이라며 "(LG전자와) 대차거래와의 관련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준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차거래 확대는 LG전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며 "정보기술(IT) 경기의 향후 부진과 IT 대장주 삼성전자의 부진이라는 불똥이 LG전자로 옮아간 모습"이라고 풀이했다.

대차거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증권사 투자전략부장은 "올들어 삼성전자, 조선주 등 대표종목을 놓고 단숨에 목표주가를 낮춰 대차거래 의혹을 받은 일이 잦았다"며 "금융당국에서 이에 대한 견제를 높임에 따라 대차거래 세력들은 악성 루머를 통한 주가하락에 골몰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이날 LG전자에 대한 루머는 두산그룹의 유상증자를 둘러싸고 시장 불신이 커진 가운데 나왔다"며 "시장 허점을 파고드는 교활함이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LG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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