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 없다더니"…'처절한 폭락'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09.0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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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마감]환율급등·수급붕괴 1400도 위태

9월 위기설이 증폭되면서 국내증시가 주저앉은 '블랙먼데이'였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과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한 두산그룹의 신뢰 붕괴에 따른 관련주 급락, 국내 주력업종인 IT의 몰락 등 산적된 국내 악재가 뒤엉키며 지수 급락을 야기했다.

여기에 미국증시의 조정과 아시아 주요증시의 하락이라는 외풍(外風)도 불안감과 결부되면서 코스피는 '처절한 폭락'을 맛봤다.



◇환율 급등…IT 등 수출주도 비명

코스피지수는 9월을 여는 1일 전 주말에 비해 59.81포인트(4.06%) 폭락한 1414.43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4% 이상 내린 것은 지난 1월22일(4.43%) 이후 8개월만에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이 전거래일에 비해 27.0원 폭등한 1116.0원으로 장을 마무리한 여파가 컸다. 이날 환율은 장초반부터 1100원을 돌파한 뒤 줄곧 '우상향'으로 줄달음쳤다.

환율 상승은 항공과 음식료 등 환율 민감업종 뿐 아니라 전기전자를 비롯한 수출주들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일반적으로 환율 급등은 수출주에 유리하지만 미국의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와중에 급등한 원/달러 환율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수출주들을 압박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는 대한항공 (22,400원 ▲350 +1.59%)아시아나항공 (10,530원 ▼100 -0.94%) 등 환율 민간업종의 급락뿐 아니라 삼성전자 (81,300원 ▲500 +0.62%)LG전자 (111,400원 ▲300 +0.27%)같은 수출주들도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는 전 주말에 비해 1만원 내린 50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장중 50만1000원까지 하락하면서 연저점을 경신했다. 5거래일 연속 하락마감했다.

LG전자는 8월 영업이익률이 전달 14%에 비해 크게 낮은 한자릿수에 머물것이라는 루머로 9.6% 급락한 9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전자측에서 루머를 부인하고 나섰지만 한번 등돌린 투자심리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IT등 수출주들의 급락은 환율 급변동에 따른 실적저하와 불안감으로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관측에 기인했다.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수요가 너무 약한 상태에서 원화약세는 수출업체에 그리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 같지 않다"며 "특히 키코(KIKO) 계약을 체결한 업체에 더 큰 손실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고 지작했다.

조민재 오크우드투자자문 주식운용팀장도 "환율 상승이 수출주(IT·자동차 등)의 영업수지를 개선시키는 것은 기술적으로 옳은 말이지만 경기 자체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면서 "오히려 중소형사의 경우 KIKO 계약 등에 의해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A기업 위기…두산그룹 여진 지속

기업의 인수합병(M&A)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과 그룹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두산그룹은 두산 (209,000원 ▲2,500 +1.21%)두산인프라코어 (7,730원 ▼120 -1.53%)가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는 등 코스피시장 상장기업 7개 모두가 내림세를 기록했다.

두산 뿐만이 아니었다. 유동성 위기설은 그룹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비롯됐던 위기설이 두산그룹으로 옮겨간데 이어 코오롱그룹도 주요 계열사 주가가 급락했다.

대규모 인수합병을 바탕으로 성장했거나 구조조정, 지주사 전환 등과 맞물리며 주목을 끌었던 그룹들이 '위기의 9월'의 시발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코오롱그룹 계열사는 증시에 상장된 8개 기업 가운데 4새가 하한가를 보였다. 코오롱 (15,860원 ▼10 -0.06%)코오롱건설 (13,630원 ▲30 +0.22%), 코오롱우 (13,160원 ▼130 -0.98%)선주, 코오롱아이넷 (0원 %)이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금호아시아나 주요 계열사들도 이날 7 ~ 8%의 낙폭을 기록하며 약세권에 머물렀다.

우리투자증권은 "코스피의 자체적인 수급 기반이 사라졌고 선물옵션 동시만기를 앞두고 수조원의 매물부담이 겹친 상황에서 개별 종목마저 순차적으로 무너지면서 공포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급 붕괴…개인도 투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수급이 붕괴 조짐마저 보였다. 그동안 지수 조정기를 보티게 한 원동력이던 개인들도 대량 투매에 나섰다.

이날 개인들은 3604억원을 순매도했다. 앞선 거래일에도 2148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이틀간 5752억원을 순매도한 셈이다.

외국인들은 288억원을 순매도하며 매도폭은 줄였지만 10거래일 연속 '팔자우위'를 지속했다. 기관이 3952억원을 순매수했지만 프로그램 순매수가 9827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기관도 매도에 동참했다는 분석이 가능했다.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개인과 외국인, 기관이 모두 매도에 나서면서 수급 전체가 무너진 것으로 파악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심리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기관, 개인 등 수급주체들이 가릴 것없이 투매에 나서는 양상"이라며 "시장이 '패닉'에서 진정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9월 위기 없다더니"…'처절한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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