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도 '9월 위기'… 총체적 난국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08.09.01 14:14
글자크기

키코 손실 재점화·쏟아지는 주담보 물량…꼬일대로 꼬인 수급

코스닥시장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표현이 식상할 정도다. 환율급등에 따른 키코(통화선물 파생상품) 손실은 3분기에 더욱 급증할 수 있어 코스닥기업의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나마 20억원 미만의 소액 유상증자와 사채발행마저 가로막히며 코스닥기업 자금난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일부 자원개발업체에 대한 검찰 수사 확대도 최악의 악재로 인식되며 코스닥시장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무엇보다 성장성 자체를 의심하는 시장의 눈초리가 매섭다. 일부 기업들은 "어떤 재료를 내놔도 시장은 이를 부정적으로만 해석하려고 한다"고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9월의 첫날, 코스닥시장도 '9월 위기설'에 강타 당하고 있다. 코스피시장에 비해 맷집이 부족한 코스닥시장은 공황에 가까울 정도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하락폭을 키워가고 있다.

1일 오후 1시52분 현재 코스닥지수는 442.01로 전거래일대비 6.01%(28.27p)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8월중순만해도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지수 500을 가리켰다. 하지만 이제 450선이 붕괴됐다.



◇두달만에 지수는 2년 후퇴=지난 6월27일 600선이 무너진 이후 두 달여만에 지수는 26% 급락했다. 지수가 50p 빠지는데 이전에는 13거래일이 걸렸지만 8월21일 500선 붕괴이후 다시 50p가 빠지는 것은 불과 7거래일로 단축됐다. 이처럼 두 달만에 지수는 150p를 내주면서 또다시 2년 뒤로 후퇴했다. 현 지수대는 지난 2005년 5월 수준까지 퇴보한 수준이다.

예측이 처절하게 어긋나며 투자자들은 너나없이 '팔자'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지난 6월27일 600선 붕괴이후 이날까지 두 달여동안 외국인들은 코스닥시장에서 2500억원이 넘는 누적 순매도액을 보이고 있다. 같은기간 기관들과 개인들의 누적 순매수액은 각각 900억원과 1700억원 정도지만 시장의 버팀목은 되지 못하고 있다.

◇키코 손실 우려, 3분기가 더 크다(?)=이런 가운데 코스닥시장에도 9월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의 9월 위기설은 외국인 채권 만기도래 등 알려진 내용과는 성격이 다르다. 키코 손실과 반대매매, 검찰수사, 성장성 불신 등이 코스닥 위기설의 진원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10원을 돌파하며 코스닥기업들에게 키코 악몽을 키우고 있다. 올 2분기까지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큰 것으로 알려진 S사와 T사, D사, I사, J사 등은 또다시 키코의 습격이 3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키코 손실로 CFO 교체가 이뤄졌던 한 코스닥기업의 경우 최근 석달간 주가는 반토막이 난 상태다.

대신증권 봉원길 애널리스트는 "현 환율흐름이라면 2분기보다 3분기 키코 관련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2분기 키코손실이 큰 기업들의 주가가 나아지기 힘든 상황이고 전체 코스닥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클 것"이라고 밝혔다.

◇쏟아지는 반대매매, 수급도 엉망=투심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코스닥기업들의 자금모집은 정지 상태다. 코스닥 W사와 A사, X사, I사 등은 유상증자로 자금난에 숨통이 트기를 기대했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외면했다. 이들 종목들은 자금모집 실패이후 역시 급락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심각한 자금난이 명동 사채시장의 주식담보매물 출회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대주주 등이 보유주식을 담보로 사채를 끌어 쓰고 이를 제때 갚지 못하자 사채시장에서 담보로 잡아놨던 주식을 헐값에 팔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종목들의 이유없는 하한가가 바로 이런 배경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신용매수로 사들인 주식도 주가가 폭락하며 담보비율을 맞추지 못하자 반대매매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일부 자원개발업체들은 검찰수사까지 진행되며 코스닥시장 전체로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성장성 불신 확산, 코스닥 주저앉나=아직 바닥을 모르겠다는 투심 탓에 코스닥기업의 성장성 자체에 대한 불신도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기업들은 눈앞의 실적보다는 중장기 성장성을 믿고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제 성장성까지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실적부진과 성장성 불신으로 수급이 꼬이는 상황에서 어떤 재료를 믿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코스닥시장의 위기가 새로운 체질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단기 낙폭이 워낙 거셌기 때문에 코스닥시장도 조심스럽게 바닥을 다지려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최악의 상황으로 투심이 흐르고 있는 만큼 서서히 안정을 찾으며 새로운 반전을 모색할 때도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