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제한보다 무서운 '거주요건' 강화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08.09.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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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자도 2~3년 직접 살아야 양도세 비과세

-수도권 3년·지방 2년 거주해야
-기존 취득 주택은 종전 기준 그대로 적용
-투자자 입장에선 전매제한보다 더 부담


앞으로 1가구 1주택자들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이 강화된다.



1주택자라도 수도권은 3년 보유 및 3년 거주, 비수도권(지방)은 3년 보유 및 2년 거주 요건을 충족한 뒤 집을 팔아야 양도세를 물지 않는다.

정치권이 올초부터 수도권 일부지역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인 '3년 보유 및 2년 거주' 가운데 '2년 거주' 요건 폐지 방안을 검토했지만 오히려 실거주 요건을 확대·강화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 셈이다.



◇어떻게 바뀌나=현재 서울과 경기 과천시, 수도권 5개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1주택자는 3년을 보유하면서 2년을 거주해야 양도세를 면제받는다.

이같은 기준은 참여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만들어져 2004년 1월부터 시행됐다. 당시는 서울과 과천, 신도시 집값이 급등, 투자용 주택을 사놓고 전세를 얻어 거주하는 1주택 투자자들이 많았다.

서울·과천·5개 신도시를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 1주택자들은 직접 들어가 살지 않아도 3년만 보유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9.1 세제 개편'에 따라 1가구 1주택자의 실거주 요건이 확대·강화된다. 수도권 1주택자는 3년 보유기간 중 3년, 지방은 3년 보유기간 중 2년을 거주해야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다만 이번 조치로 기존 주택 보유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강화된 거주요건은 법 공포일 이후 취득한 주택부터 적용된다. 서울·과천·5개 신도시 기존 주택은 3년 보유 및 2년 거주, 수도권 나머지 지역과 지방 기존 취득 주택은 3년 보유 요건이 그대로 유지된다.

◇왜 확대·강화했나=이번 조치는 실수요자에 대한 지원은 확대하되 투기는 차단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거주 요건은 주택 취득 목적을 판단하는 가장 정확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나 재개발·뉴타운 예정지 단독주택과 빌라 등에 투기세력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거주요건 강화 조치는 실수요자에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지만 투자자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재건축 규제 완화, 전매제한 기간 단축 등으로 투기가 되살아날 것을 우려해 안전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적용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한 것은 형평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수도권 일부지역 비과세 거주 요건은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수도권 전역 집값이 뛰었는데 7개 지역(서울·과천·5개 신도시)에만 거주 요건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중반기 집값이 급등한 이른바 '버블세븐'(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용인 평촌)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건설업계 "전매제한보다 더 무서워"=광교·김포·화성 등 2기 신도시와 지방 분양시장은 빨간불이 켜졌다. 거주요건 강화 조치는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주택을 구입할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서다.

분양대행사인 CLK 장영호 사장은 "침체된 분양시장이 살아나려면 실수요만으론 한계가 있고 자금력 있는 투자수요가 가담해야 한다"며 "전매제한 규제가 완화돼 한숨 돌렸더니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더 강한 조치가 나왔다"고 토로했다.

'2년 거주' 요건 폐지를 기대했던 일부 1주택자들의 실망감도 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부분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전세로 살면서 분당·과천 등에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로 이번 세제 개편안에 촉각을 곤두세웠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직장이나 학교와 먼 지역에 집을 보유한 사람들은 이사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며 "위장전입 등 부작용이 속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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