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마이크론 합병검토 '숨은 뜻 있나'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8.09.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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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일가 지분정리 예고 아니냐' 지적

LG그룹의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의 회사간 합병 검토 계획을 두고 총수 일가를 위한 지분 정리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상반기 불안한 시장상황에서도 상장이 진행됐던 두달배기 새내기주 LG이노텍과 8년 전에 상장된 LG마이크론과의 합병은 LG-GS-LS-LIG그룹 등으로 나뉘어진 구씨-허씨 가문 내부의 계열 분리에 이어 또다른 지분 정리를 예고하는 절차일 수 있다는 것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이노텍의 지분은 최대주주 LG전자(69.8%)외에 구씨 일가 30명이 17%를 갖고 있다. 이중 LS그룹의 주요 인사들은 구평회(E1 명예회장), 구자홍(그룹 회장), 구자용(E1 사장) 등이 6%대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 LB인베스트먼트(옛 LG벤처투자)의 구본천 사장도 0.35%의 지분이 있다. 이들은 대주주 일가임에는 분명하지만 계열 분리 등으로 LG그룹과는 한발 떨어진 상태다. GS그룹쪽의 허씨 일가도 6.6%의 지분이 있다.



시가총액이 6000억원대인 LG이노텍의 가치를 따져볼 때 700억 ~ 800억원대의 주식은 LS그룹, GS그룹 등의 몫인 셈이다.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이 합병되면 LG그룹의 IT 부품 계열사 두곳이 합쳐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LG이노텍의 상장을 통해 회사 대주주들 중 지분 매각을 원했던 이들은 처분이 쉬워지는 부수적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상반기 SK C&C,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 타 대형사들이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상장을 연기했던 것과 LG이노텍이 공모 미달(최종 경쟁률 0.66대1)이라는 악재가 예상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LG그룹은 대주주들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 대주주 중심의 지분 정리가 이뤄졌던 사례가 전에도 있었다”며 “회사 가치에는 나쁘지 않더라도 예측 가능성면에서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실제로 지난 2002년 대주주들이 LG석유화학(2007년 LG화학과 합병)의 지분 수백억원대를 대거 장내 매도하며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LG석유화학은 당초 LG화학의 100% 자회사였지만 상장 정지작업으로 대주주들의 지분이 대폭 늘었고 이후 지주사 재편, LG-GS 분리 등을 거치면서 대주주들은 LG석화 주식을 타 계열사 취득 재원으로 활용했었다.


LG그룹측은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비상장사의 가격 책정 등에서 말이 나오고 상장사끼리의 합병이 더 투명할 수 있다”며 “상장은 몇차례 지연됐던 것을 정상화시킨 측면이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LG이노텍 (230,500원 ▲2,000 +0.88%)은 지주회사의 직접 자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간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합병 자체도 검토 단계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LG이노텍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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