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역심리버블 최정점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8.2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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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호재도 먹히지 않는 공포…추석까진 틀렸다

코스피증시의 처참함은 어제에 비할 정도가 아니었다. 뉴욕증시 3대지수가 1%대 상승세를 나타내고 아시아증시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지만 코스피만은 바깥 세상과 담을 쌓고 온갖 내부악재에 정신을 뺏겼다.

전날에 이어 장초반 지수가 급등하기를 기다려 물량을 내놓는 건 이제 코스피시장의 법칙이 됐다. 장중 최고 0.66%상승했다 최저 1.40%하락으로 급반전한 전날이나 이날 최고 1.49%상승에서 최저 0.22%하락으로 곤두박질친 상황을 보면 해외증시가 좋지 않을 경우 코스피지수 낙폭이 얼마나 될지 상상조차 어렵게 만든다.



전날 전강후약을 만든 장본인은 외국인의 지수선물 순매도 확대와 프로그램 차익거래의 순매도 전환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외국인이 전날 순매도분(-5700계약) 이상으로 선물 순매수(+6232계약)에 나섰고 프로그램 차익거래도 전날 순매도분(-1863억원)의 배에 달하는 3952억원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두산그룹주 폭락이라는 악재가 터지면서 개장초부터 장세가 꺾였다.

철강, 조선업종이 폭격을 맞고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금호아시아나 그룹주에 이어 두산그룹마저 악재에 휘말리면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안정성 여부가 도마위에 올랐다. 두산그룹주는 지난해 인수한 밥캣에 대한 10억달러규모의 유상증자가 위험 현실화로 인식되며 두산 (225,000원 ▲20,500 +10.02%), 두산중공업 (19,260원 ▼70 -0.36%), 두산인프라코어 (7,760원 ▲40 +0.52%)가 모두 하한가를 맞았다.



두산그룹은 추가 유증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시장은 의심을 거두지 않는 눈초리다. 평소의 5∼10배 거래량을 보인 가운데 하한가 매도잔량을 수북이 쌓아놓고 월말장이 끝났다는 것은 보유물량을 무조건 처분하자는 투매로밖에 달리 해석되지 않는다.

두산그룹과 함께 이날 장을 짓눌렀던 또 한가지는 삼성전자 (81,800원 0.00%)였다. 이날도 1% 가까이 떨어지며 나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는데 실적 악화 우려가 떠나질 않는다.

지난달 25일 6.2% 폭락하면서 60만원선과 이별을 고했던 삼성전자가 시장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시가총액의 12%를 차지하는 단일 종목이 코스피증시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을 앞으로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젠 프로그램 순매수가 호재가 아니다. 8조5000원까지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매수차익잔고는 쿼드러플위칭데이까지 대기매물 부담만 드리울 뿐이다.
외국인의 지수선물 순매수 또한 만기를 앞두고 매도전환시 주가 급락을 야기시키는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지수방어군으로 바라봤던 변수가 악재로 둔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은 더욱 전율하고 있다.

7월 경상수지 적자가 97년 12월 이후 최대규모를 기록했고 경기선행지수 하락세가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등 경제지표가 악화되는 가운데 이틀간 하락 조정을 받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1090원선을 위협하면서 9월 위기설이 진화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자체적인 수급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선물옵션 동시만기를 앞두고 수조원의 매물부담을 벗어날 수 없는 처지인데 개별 종목마저 순차적으로 무너지면서 공포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밸류에이션이 싸도 주가 추가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에 아무리 해외증시와의 갭이 커졌다고 해도 자금운용을 공격적으로 할 세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CJ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 어닝 증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 전에는 성장동력 우려감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9월 대란설이 정점에 이르는 시점이 지나야만 증시 상황이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증시 8월 월봉이 양봉을 기록하고 아시아증시의 이번주 주봉이 모두 양봉을 나타낸 상태에서 코스피지수가 홀로 음봉을 기록했다는 것은 이미 공포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11월 주가 방향이 꺾이기 전까지 어떤 악재로 다 무시하고 주가가 무조건 뜬다고 보던 심리버블이 이젠 어떤 호재도 다 무시하면서 주가는 더 빠지게 돼있다는 식으로 단정하는 역심리버블이 최고조인 상태다.

아마도 추석전 쿼드러플위칭데이가 있고 추석 연휴 다음날 미 공개시장회의(FOMC)까지 예정돼 있는 일정상 9월 중순 이전까지는 현재의 역심리버블과 공포가 시장지배력을 놓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보름이 지나도 미증시가 꺾이지 않고 전세계 증시 또한 상승기조를 이어간다면 뒤늦게나마 역심리버블의 잘못을 깨닫고 주가가 급등을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극도의 탐욕처럼 극도의 공포도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는 일이다.

두산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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