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등장한 삼성電 위기론, 정말인가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김진형 기자 2008.08.2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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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환경 악화 속 '선전'… 호황기 열매 기대

삼성전자 (87,100원 ▲2,500 +2.96%)를 놓고 또다시 '위기'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지난해 초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하면서 등장한 이후 한동안 사라졌던 '위기론'이다. 하지만 반도체 불황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액정표시장치(LCD)의 가격급락이 지속되면서 실적악화의 우려감이 다시 '위기론'으로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삼성전자 임원들이 대거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을 놓고 삼성이 어려워질 것 같으니까 미리 이익을 실현한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위기론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실적 악화는 삼성전자가 못해서가 아니라 주변 환경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동종 업계의 수익성이 모두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그 속에서 선전하고 있으며 오히려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여러 기관들의 조사결과에서 나타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는 증권사들의 투자의견도 여전히 '매수(Buy)'라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워질 것 같아 스톡옵션 행사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지난 2분기에 삼성전자 임원 10명 내외가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3분기 실적 악화를 우려해 미리 판 것이 아니냐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스톡옵션 대상자 중 중복되는 사람을 빼면 현재 약 800명의 임원이 스톡옵션 대상자다"며 "스톡옵션 행사기간이 7년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 분기에 10명 내외가 판 것은 평균에 비해 오히려 적은 규모다"고 밝혔다.

지난 2001년 3월 당시 윤종용 부회장을 포함해 560명은 2004년 3월10일부터 2011년 3월 9일까지 행사 가능한 309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한 분기에 평균 20명이 보유주식 전량을 팔아야 100% 스톡옵션이 행사되는 것이어서 산술적으로 분기에 10명 정도가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인해 3분기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지적은 설득력이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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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LCD 실적 악화, 그러나 상대적인 선전=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끌어내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흑자를 지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분기에 D램 상위권 기업들은 마이너스 9%에서 마이너스 90%대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은 5.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낸드플래시도 업계 2위인 일본 도시바가 2분기에 적자로 돌아섰지만 삼성전자는 흑자를 유지했다. 또 전체 반도체 업계 1위인 인텔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9% 증가했지만 삼성전자는 21% 늘어나며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LCD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 대만의 AUO, CMO 등이 모두 감산에 돌입했지만 LCD 패널 상위 기업 중 유일하게 올해 감산하지 않은 기업이다. 삼성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전세계 TV 시장 1,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 VD사업부와 일본 소니를 확실한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CD 총괄 전체 생산량의 60% 정도가 TV 패널인데 삼성전자와 소니 모두 올해 TV 판매 목표가 높기 때문에 생산라인을 여전히 풀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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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요 제품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세계 1위로 올려놓은 전략, 즉 '모두 다 어려울 때 투자를 늘려 호황기의 열매를 많이 따먹자'는 전략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투자를 줄이지 않고 있는 반도체가 대표적인 경우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메모리 반도체 전체, D램, 플래시 반도체 시장에서 모두 3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했고 2위와의 격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총괄도 베이징 올림픽 등으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 마진이 떨어지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휴대폰 점유율은 지난해 6월 12%(136만대)에서 올해 6월 20%(264만대)로 크게 높아졌다.

TV 시장도 같은 양상이다. 저가 전략을 내세운 소니의 도전에 맞서면서 수익성은 하락했지만 시장점유율은 상승했다. 실제로 2분기 삼성전자의 전 세계 LCD TV 시장점유율(판매대수 기준)은 20.4%로 업계 처음으로 20%를 넘어섰고 2위 소니와의 격차도 6.4%포인트에서 2분기 7.4%포인트로 벌어졌다.

LCD 패널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매출액 기준 28.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지켰다. 2위인 LG디스플레이(18.7%)와 격차는 10%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업황이 어려울수록 오히려 공격적인 전략
으로 반도체, LCD, 핸드폰, TV 등 주력 사업에서 경쟁 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려 왔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실적 둔화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현 푸르덴셜증권 연구원은 "불황기에 강화된 경쟁력은 호황기에 차별화된 이익증가로 시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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