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당직근무 중 살해된 간호사, 업무상 재해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08.08.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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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업무 연관성 인정돼...원심 파기

간호사가 야간 당직근무 중에 병원에 침입한 괴한에게 살해됐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충북의 한 병원에서 야간 근무를 하다 살해된 간호사 A씨의 유족이 '유족보상금과 장례비 지급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2006년 5월 혼자 남아 야간 당직근무를 서다 흉기를 소지하고 병원에 침입한 이모씨에게 살해됐다. 조사 결과 이씨는 범행 5일 전까지 이 병원에 입원, A씨에게 20여 일간 간호를 받은 환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경찰에서 강도 목적으로 병원에 침입했다가 살해한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검찰에 송치돼서는 A씨가 친절하게 간호해줘 연정을 품고 있었는데 교제신청을 받아주지 않아 살인한 것이라고 번복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간호사 업무와 관계가 없는 사적 연정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어서 유족보상금 등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하자 A씨 유족은 소송을 냈다.



1심은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담당간호사였던 A씨가 친절하게 간호업무를 수행하다 발생한 사건이라면 업무와 사건 사이의 연관성이 인정 된다"며 공단이 보상금 등의 지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개인적인 원한이나 감정에서 유발된 살인사건인 만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간호사가 혼자 남아 야간 당직근무를 하고 있다면 환자들에 대한 통상적인 간호업무 뿐만 아니라 외부인의 침입이나 범죄행위로부터 환자들의 안전과 병원의 시설 및 재산을 보호하는 등의 경비업무도 함께 수행하는 것으로 봐야한다"며 "A씨의 업무와 이씨의 가해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형성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여성 혼자 야간 당직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근무형태 등 제반사정에 비춰보면 A씨의 직무 자체에 범행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이 내재돼 있다"며 "A씨의 사망을 개인적 원한이나 감정에서 유발된 것이라고 단정, 업무 기인성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2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는 만큼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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