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웃음 짓는 사장님

최종일 기자 2008.08.2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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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꿈땀]박정부 다이소 대표

불황에도 웃음 짓는 사장님


고유가와 원자재값 인상 등으로 생활물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물가 상승이 달갑지 않은 소비자나 기업들은 지갑을 꼭꼭 닫아버리거나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장님이 있다. 바로 균일가 생활용품 매장 다이소의 박정부(64, 사진) 대표다. 고객과의 신뢰, 품질 관리가 지난해 1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튼실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고 말하는 박 대표를 강남 도곡동 한일맨파워 본사에서 만났다.
 
#제조업체 공장장에서 CEO로
 
박 대표는 1973년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같은 해 전구 제조업체인 풍우실업에 입사, 십여년간 근무하면서 공장장을 지냈다. 이후 샐러리맨으로서 한계를 느끼고 1988년 국내 대기업에 해외 연수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업체인 한일맨파워를 동생과 함께 설립했다.
 
연수 업무로 일본을 자주 오가던 그는 무역에 관심을 갖게 돼 사업 영역을 넓혀 생활용품을 수출하게 됐다. 그 무렵 일본에 퍼져 있던 `100엔샵`을 보고는 국내에서 통할 것으로 판단해 1992년 아성실업을 설립했고, 1997년에 1호점 매장을 열었다. 모기업인 한일맨파워는 현재 일본 수출 전문기업으로 남아 있다.
 
#가격은 소비자와의 약속
 
다이소의 판매 방식은 독특하다. 판매가가 정해지고 그것에 맞춰 가치가 따라온다. 제품 가치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다르다. 그의 설명이다. "일본에 거래를 해보면서 100엔에 공급하니 팔리는 대로 재주문이 정확이 들어오고 회전도 빠르고, 거래선도 확실히 유지하더군요. 장점이 많은 방식이라 국내에서 시작했죠."
 
다이소는 주방 사무 팬시 등 1만5000여종의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품목 선정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다른 유통업체나 백화점에 가면 물건마다 가격이 표시돼 있잖아요. 저걸 1000원이나, 2000원에 맞추면 팔리겠다 생각되면 품목을 개발하는 거죠. 그렇게 개발한 아이템이 지금까지 6만 가지나 됩니다."

10년 전 1000원은 지금 1000원과 가치가 다르다. 어떻게 균일가로 맞추는 걸까."주문을 받는 쪽이 어떤 조건에서 생산해서 공급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우리 입장에서 주문합니다. 내 상황이 열악하다고 거기에 맞추면 말이 안되는 것이죠. 힘들지만 그 과정을 풀어내는 것이 제 일입니다."



#"아직 들어가야 못한 상권이 많습니다"
 
그는 일본 다이소에 20년간 가격에 맞춰 제품을 공급했고, 국내에서도 10년간 균일가 사업을 하고 있다. 경영철학은 이런 사업성격에서 비롯됐다. "근본적인 철학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일에 필요한 것이 철학이 됐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움직여야 하고 고객 입장에서 상품을 개발해야 하죠. 기존 제품을 적당히 가공해서 갖다놓으면 고객의 관심을 받을 수 없어요."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액 1500억원을 평균 판매가 1200원을 기준으로 수량으로 환산하면, 판매량은 연간 1억2500만개, 월 평균 1040만개, 일 평균 34만개에 해당할 정도로 대단한 분량이다. 그는 그래서 "사업 하면서 늘 위기였다"고 말했다. 한 제품의 불량으로 회사가 위청거릴 수도 있기 때문. 실제 지난 7월에서 스텐 에어펌프에서 결함이 발견되자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기도 했다.
 
다이소는 10년만에 전국에 400개 매장을 확보했고, 올해는 2100억원의 매출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그는 아직도 더 많이 가야 한다고말한다. "올해에 매장을 몇 개 더 늘리겠다는 방식의 목표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여건에 따라 수치는 달라질 수 있죠. 아직 못 들어간 상권이 많습니다. 힘닿을 때까지 매장 넓히고 지금처럼 성장하는 게 앞으로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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