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은행들, 글로벌 금융 '사냥' 매섭다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8.08.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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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레스드너방크 로고↑ 드레스드너방크 로고


중국 은행들의 글로벌 금융 '사냥' 기세가 매섭다.
시총 규모에서 신용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서방 은행들을 제치고 세계 1, 2 위 등에 올라선 중국은행들은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보다 160% 많은 순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를 키운 중국 은행들이 내실을 위해 풍족한 자금력을 '실탄' 삼아 세계 금융회사 인수에 나선 것이다. 이들 '차이나 머니'의 위세는 선진 금융시장 뿐만 아니라 동남아 아프리카 등 전방위로 뻗치고 있다.

현재 신용경색의 최대 피해자로 '제 2의 베어스턴스'로 불리는 리먼 브러더스의 유력한 매수 가능자 명단에도 중국은 예외없이 들어있다. 중국의 씨틱 은행은 한국 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리먼 지분 50% 인수를 시도했으나 가격차로 현재는 결렬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개발은행(CDB)은 독일 내 3위 규모 은행인 드레스드너방크(Dresdner Bank)의 유력 인수자로 떠올랐다.

중국의 산업은행 격인 CDB는 이달 초부터 드레스드너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그동안 공들여온 코메르츠방크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단번에 유력 인수자가 됐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28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드레스드너방크의 모회사인 알리안츠는 보유 주식의 절반을 CDB에 넘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인수 가격은 최대 90억 유로(14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CDB는 이를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중국 공상은행(ICBC)↑ 중국 공상은행(ICBC)
CDB는 드레스드너방크를 인수해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CDB는 영국 바클레이의 지분 3.1%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영국의 3위 규모 보험회사인 프루덴셜의 지분 1% 가량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선데이텔레그래프는 "인민은행이 지난 수주간 특정 계좌를 통해 프루덴셜의 지분을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중국 은행들은 해외 투자를 늘린 것은 지난해 초부터이다. 지금까지 중국 은행들이 투자한 해외 금융회사는 블랙스톤 모간스탠리 바클레이 포티스 스탠다드뱅크 등이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지난해 12월 50억 달러를 미국 2위 증권사인 모간스탠리에 투자해 해외 사냥에 나선 중국 자본의 결정판을 보여줬다. CIC는 바이아웃 전문 헤지펀드인 블랙스톤에도 30억 달러를 투자했다.



◇ 동남아 아프리카…전방위로 = 이머징 시장에서도 중국 은행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지난 5월 중국 공상은행(ICBC)은 현지 은행 인수를 통해 필리핀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中 은행들, 글로벌 금융 '사냥' 매섭다
네스토르 에스페닐라 필리핀 중앙은행 부총재는 "ICBC가 필리핀에 지점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에 지점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현지 은행의 지분 60%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중국 은행들은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인수·합병(M&A)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FT는 지난달 "ICBC와 중국은행(BOC)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탠더드뱅크와 함께 아프리카 석유 통신 금속 분야의 기업을 대상으로 M&A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ICBC는 스탠더드뱅크의 지분 20%를 55억 달러에 인수했다.

◇ 신용위기 때 빛난 中은행들=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과 주가 하락에도 중국 은행들의 실적은 탄탄했다.

올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중국내 10개 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160%나 증가한 650억 위안(한화 10조원)에 달했다.



ICBC와 건설은행의 순익은 각각 57%, 71% 증가했다. ICBC는 올해 시가총액에 이어 순이익에서도 세계 1위 은행으로 등극했다.

또 이달초 시가총액 기준으로 전 세계 5대 은행 중 중국 은행이 3개를 차지했다. 1위인 ICBC에 이어 2위는 건설은행, 3위는 영국 HSBC은행다. 4위는 뱅크오브아메리카였으며 중국내 3위인 중국은행은 시총 기준 전 세계 5위 은행에 올랐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1위는 씨티그룹, 2위는 뱅크오브아메리카, 3위는 UB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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