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원에서 남파공작원으로···'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08.08.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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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간첩 원정화,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시달리기도

'특수부대원 → 절도범 → 남파 공작원'

공안당국에 적발된 여간첩 원정화(34)는 15세이던 1989년부터 군 생활을 시작했다. 특수부대의 남파공작 훈련을 받다 부상을 입어 92년 제대를 했고 이후 6년간은 교화소(교도소)를 전전하는 등 범죄자 신분으로 지냈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는가 하면 아연 절도사건이 적발돼 수감생활을 한 것.



북한에서는 아연을 1Kg만 훔쳐도 총살형에 처해진다고 한다. 원정화는 무려 5t의 아연을 훔친 행위가 적발돼 탈북을 결심하게 됐다.

힘 있는 친척의 도움으로 아연 절도사건이 무마되자 북한 보위부 공작원의 길로 접어들었다. 공작원 신분으로 98년 중국으로 파견돼 2001년까지 재중 보위부에서 일하며 탈북자와 남한사업가 등 100여명을 납치한다.



원정화는 2001년 10월 운명 같은 '남한 침투' 지령을 하달 받았다. 조선족으로 위장해 국내에 잠입했으며 그해 11월 국가정보원에 탈북자로 위장 자수를 했다.

이후 본격적인 간첩활동이 시작됐다. 2003년에는 대북 정보요원의 활동내역을 파악해 이들을 중국으로 유인하고 남측 정보기관과 연계된 남한 사업가를 포섭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2004년에는 대북 정보요원 2명을 살해하라는 지시가, 2005년에는 국내 정보기관들의 위치, 군사기밀 탐지 등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 과정에서 북측으로 살해용 '독침'을 받았지만 실행하지는 못했다.

2006년에도 탈북 인사인 황장엽씨 등에 대한 동향파악, 국내 비전향 장기수 파악, 군 장교의 인적사항 등을 파악하라는 지령을 받았으며 이런 내용은 중국의 재중 보위부에 보고됐다.



이 과정에서 원정화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소개받은 김모 소령과 사귀면서 군사기밀을 빼돌렸고 북측 지령으로 김 소령을 중국으로 유인하려는 시도도 했다.

이후 함께 황모(구속) 대위와 연인관계로 지냈고 군에서 안보 강연을 하는 탈북자들의 명단을 빼내 북측에 보고했고 자신도 군 안보 강연자로 나서 강연을 하는 자신을 철저히 위장했다.

원정화의 조사 태도는 '협조적'이었다고 수사 관계자는 전했다. 지령 완수에 실패하면 자신이 실해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시달렸고 이 때문에 3년 전부터는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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