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란한 기러기 아빠, '환율 불' 어떻게 끄나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8.09.0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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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환율충격과 환테크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한 고비를 넘기고 나니 이제 환율이 말썽이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가 하면 원유 항공·정유·철강 등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기업의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기러기 아빠의 등골을 더 휘게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연일 폭등하며 서울외환시장에서 1100원에 근접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8월27일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하락 반전했으나 민간경제연구소와 시중은행의 외환 딜러들은 1100원 돌파가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 원/달러 환율 왜 오르나

8월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81.80원에 거래를 마쳤다. 1100원을 향해 가파르게 오르던 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내렸지만 불안감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25일 시중은행의 환전 창구에서 일반인이 달러를 살 때 적용되는 환율은 1100원을 돌파했다. 1달러를 사려면 1100원이 넘게 드는 것이다. 원/달러 매입 환율이 1100원을 넘어선 것은 3년 9개월만이다.

이처럼 크게 흔들리던 달러값이 다시 뛰고, 특히 원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적자와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를 꼽는다.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주식을 30조원 이상 순매도했고, 주식을 팔아치운 자금은 곧 달러화로 바꿔 송금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7월 말까지 누적 경상수지 적자가 53억달러에 달했고 향후에도 국내 경기가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달러화의 강세 기조가 뚜렷해 그 여파를 피해가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김영호 재정전략연구원(FSI) 원장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화의 강세는 일시적이고 기술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달러화 가치에 미리 반영된 데다 유럽과 일본의 경기 우려가 뒤늦게 해당 통화 가치에 반영되면서 상대적으로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 환헤지 어떻게 해야 하나

달러화 가치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자 해외펀드 투자자들의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어느 지역에 투자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함께 환헤지 여부도 고민거리가 된 것.

최근 달러화 가치가 급상승함에 따라 환헤지를 설정하지 않은 펀드가 헤지를 한 펀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명암이 뒤바뀔 수 있는 문제다.



해외펀드의 환헤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통화가치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헤지 여부를 결정하다가는 무리수를 두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환율은 해당 국가의 경제성장 뿐 아니라 금리 향방과 정부의 개입 등 수많은 변수에 의해 움직이고, 변동성도 크기 때문에 단기적인 움직임을 예단해 헤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해외펀드에 가입할 때 주가 상승뿐 아니라 통화 가치 움직임에서도 차익을 실현하겠다는 생각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투자 지역의 경제 성장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펀드에 가입했다면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한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면 그에 따른 과실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물론이고 통화 가치도 오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헤지 자체가 수월한 일이 아니라고 업계 전문가는 말한다. 대개 일정 금액 이상의 금액을 거치식으로 한꺼번에 예치해야 환헤지가 가능하며, 헤지를 하더라도 통화선물의 만기 이전에 펀드를 환매하면 헤지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

해외펀드의 환차손에 대한 두려움은 적립식 투자를 통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적립식은 주가와 마찬가지로 통화가치에 대해서도 코스트 애버리징 효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 기러기 아빠 환테크 어떻게



원화 가치가 평가절하 되면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낸 부모의 시름이 더 깊어진다. 달러화에 대해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만큼 송금해야 하는 학비나 여타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자녀를 장기간 유학 보낸 경우라면 필요한 자금을 한꺼번에 환전하는 것보다 외화예금에 가입해 평소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환전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

목돈을 일시에 환전해 자녀에게 송금할 경우 단기 변수에 따른 환율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반면 외화예금을 활용하면 달러화를 분산 매입할 수 있어 환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여기에 환율우대와 함께 송금수수료 할인 혜택도 함께 받을 수 있어 1석3조다.



일부 은행에서는 최고, 최저 환율을 지정해 자동이체 신청을 하면 해당 범위 안에서 자동으로 달러화를 매입해주는 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발품과 손품을 팔아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외화예금 통장을 선택하는 것이 환율 충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첩경이다.

◆ 해외여행 후 남은 달러화는



이번 여름휴가 때 해외여행을 갔다가 남은 달러화가 있다면 곧 바로 원화로 환전하는 것보다 외화예금에 가입해 달러화로 두는 것이 유리하다.

정부의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속도조절을 하고 있지만 연말까지 하락보다 상승 요인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민간경제연구소가 대부분 연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당초 900원대에서 최근 1000원선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고,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둔다면 당분간 달러화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한 재무설계사는 "최근 고객들 자산 중 일부를 외화예금 통장을 이용해 달러화에 투자했다"며 "달러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내부적으로도 환율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는 요인들이 자리잡고 있어 달러화를 매입하기에 매력적인 시기이며, 여행 후 남겨 온 달러화도 외화예금에 예치해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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