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투신마저 주도주 투매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08.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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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POSCO 등 매도…대장주 부재로 반등 부담

그동안 국내증시를 이끌어온 주도주에 대한 투매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를 2080선까지 끌어올렸던 조선과 철강은 내동댕이치듯 버림받고 있다. 여기에 올초 지수를 1900선까지 끌어올리며 희망을 안긴 전기전자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약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앞서서 나가는 이'가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9초69의 세계신기록으로 남자 100m에서 금메달을 움켜쥔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처럼 선두에서 증시를 이끌 지휘관인 주도주가 실종되면서 증시는 구멍난 선박처럼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전일 미국증시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는 27일 1470선대 중반으로 밀린 채 1480선을 기웃거리는 등 힘없는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장중 한때 1460선까지 밀리면서 1466.46으로 연저점을 연일 경신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중공업도 가뜩이나 고전을 면치 못하는 주가가 이날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올해 장중 연저점(22만8000만원)을 작성했다.



주도주로 나서기 이전인 지난해 4월 수준으로 주가는 되돌려진 상태다. 지난해 4월 코스피지수의 수준은 1400선대 후반. 현대중공업 주가는 코스피지수와 궤도를 함께 할만큼 국내증시의 등락을 여실히 보야주고 있다.

이날 현대중공업의 약세는 전날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에서 비롯됐다. 그렇지 않아도 조선업종의 경기가 둔화되고 향후 실적 개선 전망이 불투명한 와중에 거액이 요구되는 인사합병(M&A)에 단독으로 뛰어든 것에 대한 시장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14,200원 ▲120 +0.85%) 연구원은 "최근 중장기 세계 조선산업 사이클의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조선 전업도를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조선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는 것은 부정적 측면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오히려 현 시점에서는 비조선부문의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인갑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더욱 커질 것임을 강조하면서 발끈하고 있지만, 시장의 평가는 부정적 견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POSCO도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 부담과 글로벌 수요 부진 등 요인으로 올들어 주도주 지위를 잃고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대장주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는 주당 50만원도 위협받고 있다. 지난 5월16일 장중 76만40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점을 찍었지만 외국인의 투매가 가속화하면서 27일에는 장중 51만7000원까지 주저앉았다. 3달만에 32.3% 급락했다. 이날도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매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외국계증권사인 리먼브러더스의 이날 보고서는 비참한 지경이다.



리먼브러더스는 이날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7580억원으로 급감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74만원에서 69만원으로 5% 하향조정했다.

부정적 견해의 주요 요인은 DRAM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락하고, 거시경제 변수가 핸드셋과 가전 등 다른 부문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3분기에만 DRAM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각각 10%와 25%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산운용사들은 수세적 방어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해 주도주인 현대중공업과 POSCO를 팔아치우면서 SK텔레콤 (57,500원 ▼900 -1.54%)과 같은 경기방어 성격이 강한 통신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8월 들어 SK텔레콤을 2662억원 순매수하면서 가장 많이 사들였다. 반면 지난해 자신들이 가장 많이 매수하면서 주도주 지위에 등극시킨 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POSCO (375,000원 ▼500 -0.13%)는 각각 2814억원과 1730억원 순매도하면서 순매도 1ㆍ2위에 올려놓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의 매수를 분석하면 지난해 싸게 산 현대중공업과 POSCO가 매수 시점과 비슷한 가격으로 하락하자 대량 투매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4분기 이후를 내다보고 대량 투매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순매수가 280억원에 그쳐 편입비 유지 차원의 매수에 급급한 형편으로 파악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주도주 매도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기 때문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며 "투신을 중심으로 한 기관이 주도주군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는 점이 향후 증시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귀띔했다.


HD한국조선해양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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