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간 M&A가 부진한 몇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08.08.27 08:40
글자크기

상대 파산 전까지 딜 미뤄...은행 파산 가속화 될 수도..

최근 신용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은행들이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부실 은행의 추가적 파산이 가속화될지 모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CNN은 최근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겪고있는 금융기관들은 경쟁사로부터의 M&A에 강력히 저항하고 있는 반면 재무구조가 탄탄한 은행들은 상대 은행들에 대한 인수를 미루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재무재표에 대한 두려움+가격 환상

실제로 최근 재무구조가 건전한 웰스파고가 경영난을 겪고있는 워싱턴 뮤추얼이나 와코비아를 인수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으나 웰스파고측이 이를 공식 부인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지난 주 한국산업은행(KDB)이 올해만 주가가 79% 폭락한 리먼브러더스의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한국 금융위가 산은의 리먼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 인수가 쉽게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인수에 적극적인 '딜메이커'들도 은행 인수합병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면서 곧 타은행 인수를 통해 소매은행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드영 캔자스 주립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상대 은행들의 재무재표에 어떤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확산되며 은행 인수합병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매도자와 매수자가 생각하는 M&A 가격 차이가 크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잠재적 인수 은행들은 크게 할인된 가격을 원하는 반면, 인수 대상 은행은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다.

지난 20일 리먼이 산업은행(KDB), 중국 씨틱증권과 지분 50% 매각을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결렬됐던 것도 리먼이 장부가액 이상의 가격을 요구한 반면 산업은행, 씨틱증권 등은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드영 교수는 "사려는 쪽이나 팔려는 쪽 모두 거래 가격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라며 "상대 은행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불신도 커지며 은행간 M&A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 파산할 때 까지 딜 미뤄...은행 파산 가속화

은행간 M&A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117개 은행이 자산건전성 기준을 맞추지 못해 '부실 금융기관'범주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혀 부실은행들의 추가적 파산이 더욱 가속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의 순익도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DIC는 미 은행들의 2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했다고 밝혔다. 예금보험 대상인 8600개 은행 및 저축은행의 2분기(4-6월) 순익은 50억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368억달러에서 크게 줄었다. 이는 1991년 이후 두번째로 적은 순익규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무구조가 건전한 은행들이 M&A 물망에 오른 은행이 완전히 파산하기 전까지는 쉽사리 거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파산하지 않은 은행을 인수하면 위험자산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지만 파산한 은행을 인수하면 위험자산에 대한 부담도 낮아지기 때문에 인수를 미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로펌 존스데이 캐피탈 마켓 그룹의 칩 맥도날드 공동책임자는 "은행들은 저가-저리스크를 기대하고 M&A를 미루고 있다"며 "은행 M&A 시장은 일종의 '기다리기 위한 게임'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