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민주당에 던지는 쓴소리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08.08.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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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민주당에 던지는 쓴소리


"난 정말 강남 아줌마들 존경한다니까. 자기들의 계급적 논리에 충실하게 투표하잖아. 그런데 진보적이라는 사람들은 뭐 하냐구. 촛불시위에 나왔던 사람들이 반이라도 교육감 투표했어봐. 이런 결과 나왔겠어?"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끝나고 한참 뒤에 만난 선배는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선배는 진보 성향 신문의 기자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속으론 '지금 똑 같은 후보를 두고 다시 대선을 치른다면, 총선을 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란 엉뚱한 의문이 들었다.

 소수 정당이야 워낙 자기 색깔이 강하니 논외로 친다 해도 '제1야당인 민주당 후보를 찍을 것인가'란 질문이 마음 속에 떠오르자 선뜻 '당연하지'란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기껏해야 '글쎄올시다'란 대답만이 마음을 맴돌았다.



 요즘 모임에 나가보면 이명박 대통령 잘 한다고 칭찬하는 사람이 없다. 한나라당 좋다는 사람도 별로 없다. '못한다' '실망스럽다' '이게 도대체 뭐냐'는 불평이 대다수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 떠올랐던 질문을 꺼내 물어보면 '그럼, 다시 선거 하면 민주당 찍지'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사람도 없다. 나와 그들이 진보적이지 못해서, 보수 꼴통이라서 그럴까. '그렇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그렇게 못 한다는데도, 한나라당이 그렇게 헤맨다는데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16~18%대에서 제자리걸음이다. '보수 꼴통'의 나, 그리고 나와 모임을 하는 사람들만 '다시 선거 하면 민주당을 찍을 것인가'란 질문에 '그럼'이라고 대답하지 못하는게 아니란 증거다.


 요즘 민주당을 보면 정부 여당을 향해 '뭐 하지 마라', '뭐가 잘못 됐다', '네 탓이다'라고 말할 뿐 국민을 향해 '이렇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말하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비판은 야당의 중요한 기능이다. 권력에 대한 견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정치사를 돌아보면 '너 잘못했다'고 질타하는 야당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정치판하면 싸움판이 연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온통 '네 탓'이란 말밖에 들리지 않으니 선거 때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후보가 별로 없었다. 그나마 '차선'이라도 되면 좋겠는데 요즘은 '차악'으로 보이는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민주당이 '차악'만 돼도 앞으로 줄줄이 있을 지방선거에서, 총선에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국민이 너무 불쌍하다.

 '최선'이 아니어도 좋으니 '차선'이라도 되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차선'이 되기 위해선 정부 여당의 잘못에 대해 비판과 함께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필요한 일에 대해선 정부 여당에 협력하는 통 큰 타협도 필요하다.

 정부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잘 추진되기 위해선 거대여당의 힘으로는 안 된다. 건강한 야당, 특히 제 1야당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오랜 진통 끝에 18대 국회의 원 구성이 마무리된 지금, 국민에게 대안과 희망을 주는 민주당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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