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최종현 10년… SK 자산 32조→72조

김창익 기자, 최석환 기자 2008.08.2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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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82조·세계 86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

"아버지(최종현 회장)는 지난 78년 '10대 국가 100대 기업'이란 비전을 제시하셨습니다. 30년이 지나 예정된 길의 끝에 서 있는 지금 거목의 그림자가 더 길게 드리워져 있음을 느낍니다."

최태원 SK회장은 26일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고(故) 최종현 회장 10주기 추모사에서 "어느새 10년이 흘렀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동안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끼는 시간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태원 SK회장이 26일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최종현 회장 10주기 추모식에서 가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이 26일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최종현 회장 10주기 추모식에서 가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종현 회장이 지난 98년 타계한 지 26일로 10주기를 맞았다. 그 해 9월1일 최태원 회장이 취임해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최태원호(號)는 사업구조ㆍ재무구조ㆍ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최종현 회장이 꿈꾼 세계 100대 기업(포춘지 선정)에 이름을 올렸다.

98년 32조원이던 SK그룹의 자산은 현재 72조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SK 재계순위는 5위에서 3위로 두 계단 올랐다.



매출은 98년 말 37조5000억원에서 2007년 말 기준 82조원으로, 당기순이익은 9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또 'SK에너지=석유(정제)' 'SK텔레콤=이동전화' 'SK네트웍스=무역'이라는 주력 계열사들의 수익 구조를 재편, 글로벌 수익을 내는 구조로 변화시켰다.

SK에너지의 경우 2004년까지만 해도 석유(정제)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이 44.6%에 달했으나, 2007년 말 기준 41.2%로 낮아졌다. 반면 석유개발사업은 2004년 전체 영업이익의 4.6%에서 2007년 말 11.9%로 배 이상 높아졌다.


SK텔레콤은 음성통화 매출이 2004년 전체의 36.3%를 차지했으나 2007년에는 33.3%로 비중이 낮아진 반면, 무선인터넷 매출은 20.6%에서 27.5%로 급상승했다.

SK네트웍스는 2004년까지만 해도 무역과 에너지 판매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2007년 현재 무역 및 에너지 판매 외에 네트워크, 정보통신 유통, 패션 및 수입차 판매 등 5개 사업부문으로 수익구조 상의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사업구조도 개선됐다. 98년 8조3000억원에 불과하던 수출액은 2007년 말 26조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97년 말 23%에서 33.3%로 10% 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특히 SK에너지ㆍSK케미칼ㆍSKC 등 그룹내 대표적인 제조업체 3개사의 전체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97년 말 30%선에서 56%로 절반을 웃돌고 있다. 명실상부 내수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 전환된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최종현 회장에 이어 추진되고 있는 '무자원 산유국'의 꿈에도 한 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는 선대 회장 대인 지난 83년 4월 인도네시아 석유개발을 시작으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5년이 지난 지금 SK에너지는 17개국 32개 유전에 지분을 투자, 5억 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확보했다. 배럴당 120달러로만 환산해도 그 가치가 60조원에 달한다. 이는 SK그룹 전체 자산과 맞먹는 규모다.

2003년 초에 불어 닥친 이른바 'SK사태'와 '소버린 사태' 등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지만 그것을 계기로 기업지배구조개선과 이사회 중심의 투명성을 통한 글로벌 경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2007년 7월1일 SK그룹의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근간으로 한 업그레이드된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주회사 출범 직전인 지난해 6월 그룹 사보를 통해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고, 진화할 수 있는 지배구조에 대해 고민한 결과, SK의 지속적인 안정과 성장을 통해 SK 가치를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지주회사로의 전환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추모식에는 전직 국무위원과 재계 원로를 비롯해 학계·문화계·법조계·언론계 등 각계 인사와 SK 계열사 경영진, 유족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이홍구 전 국무총리, 조석래 전경련 회장, 염재호 고려대 교수 등 14명의 각계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추모위원회 주최로 치러졌으며, 추모영상 상영 및 각계 인사 추모사 등 순으로 진행됐다.
▲최태원 SK회장이 홍선근 머니투데이 대표를 영접하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이 홍선근 머니투데이 대표를 영접하고 있다.
정·관계에서는 이수성 전 총리, 이승윤 전 부총리, 나웅배 전 부총리 등이 참석했고 경제계에서는 김각중 전 전경련 회장, 김상하 전 상의 회장 등 고인이 전경련에서 활동할 당시 함께 경제계를 이끌었던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교육계에서는 한국고등교육재단 출신인 이지순 서울대 교수, 임혁백 고려대 교수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언론계에선 홍선근 머니투데이 대표를 비롯,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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