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호재, 약발 안 받는 3가지 이유

박영암 기자, 도병욱 기자 2008.08.2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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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증시 동조화와 환율 급등, 수급악화 등이 외부호재 희석

코스피시장이 미국 증시 반등에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전주말 미국 다우지수의 상승에도 25일 코스피 지수는 5.23p(+0.35%) 오른 1502.11로 마감했다. 장중한때 1510.98까지 반등했지만 외인과 개인들의 순매도에
상승폭의 절반을 반납했다. 전주말 다우지수의 1.73% 상승으로 일말의 기대감을 나타냈던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증시 상승에도 코스피 시장이 부진한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과 원/달러 급등 그리고 국내주식펀드 신규유입 감소 등에서 약세 원인을 찾고 있다.



박세익 한화투신 주식운용2팀장은 "코스피시장의 약세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중에서도 중국증시와 동조화를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상해지수가 올림픽 기간(8월 8일~22일) 중 7.69% 하락한 것은 향후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선반영 됐기 때문이라며 중국 경제 성장의 최대 수혜국 이었던 한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박 팀장은 "대다수 국내기관은 올림픽 이후 중국증시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라며 "중국 정부의 가시적인 경기 부양책이 나와야 국내 증시도 외부 호재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 강세(원/달러 환율상승)도 국내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한때 1075원을 돌파했다.

조민재 오크우드 투자자문 주식운용팀장은 "원/달러 환율 상승 배경이 지난 3월과 달라 IT와 자동차 업종이 시장을 상승견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 우려감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달러 강세는 미국발 경기 둔화가 유럽과 일본 신흥 시장 등으로 확산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 민감주인 IT와 자동차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단기 환율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금리가 인상될 빌미를 가져와 국내 증시의 상승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국내 기관의 매수 여력이 크게 줄어든 점도 미국발 호재를 살리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신규 자금 유입이 줄어들어 국내 기관이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고 반등을 이끌 힘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오크우드투자자문의 조 팀장은 "주식펀드로 신규 자금 유입이 줄어들고 있어 국내 기관의 운신이 제약받고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조 팀장은 주가 하락에 따른 대량 환매를 우려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는 점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주식펀드의 설정액은 7월이후 3조 63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8월22일 기준). 월 평균 1조7000여억원으로 올 상반기 월평균 유입액(2조 4410억원)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대다수 자산운용사들이 대량 환매에 대비하기 위해 주식편입비중을 낮추고 있다. 25일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편입비율은 87.58%(22일기준)로 이는 지난해말보다 3.15%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국내 증시를 보수적으로 보는 점도 부담스럽다. 익명을 요구한 모 투자자문사 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1400대에서도 선뜻 자금을 집행하지 않는다"며 "외국인들은 원화약세 기조를 우려해서 매도행진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여 단기간에 수급이 호전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 주식운용본부장은 "이들 요인 이외에도 삼성전자 등 IT기업의 실적하향조정이 잇따르고 있는 점도 미국증시 반등에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요인"이라며 "적어도 올해말까지는 국내증시의 반등다운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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