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설비투자 줄여도 R&D는 'GO'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8.08.2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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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매출액 대비 R&D 비중 처음으로 10% 넘어

올해 반도체 업계의 공통된 경향은 설비투자의 감축이다. 공급과잉으로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비투자 축소와 달리 연구개발(R&D) 투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하이닉스의 경우 상반기 R&D 투자가 전체 매출액의 10%를 넘어섰다.

25일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트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반도체 업계의 R&D 투자는 11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증가했다. 올해 연중으로는 지난해에 비해 8% 늘어난 49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액에 대한 연구 개발비 비중도 지난해 1분기 16.4%였지만 올해 1분기에는 17.5%로 높아졌다.



반면 올해 설비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미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해 상당수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축소한 바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올해 반도체 업계의 설비투자가 지난해에 비해 20.6%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처럼 설비투자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R&D 투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업계가 차세대 반도체나 공정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생산성이 높은 차세대 공정으로 빠르게 전환하지 못하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세대 반도체 프로세스의 개발비나 설계 비용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해 설비투자를 당초 계획대비 1조원 줄인 하이닉스 (162,000원 ▲4,900 +3.12%)의 경우에도 올 상반기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11%로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올 상반기에 R&D제품의 조기 양산을 위한 제조경비(456억원)를 R&D 비용으로 계산하는 회계처리의 변동이 있었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9.4%에 달해 지난해 6%, 2006년 5%에 비해 큰 폭으로 높아졌다. 삼성전자 등 다른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제조경비를 R&D 비용에 포함시켜 왔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근본적으로 5~10년 후에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다"며 "설비투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줄였지만 R&D 투자는 계속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 (62,600원 ▼400 -0.63%)는 반도체 사업 부분만의 R&D 투자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반도체 업계 전체에서 인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R&D에 쏟아 부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1.4%로 오히려 인텔(16.4%)보다 높았다. 특히 올 상반기 인텔의 매출액 증가율은 9%였던 반면 삼성전자는 2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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