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리더십으로 주목받는 김경문 감독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한국 야구의 역사를 새로 쓴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믿음' '뚝심'으로 요약되는 김감독의 리더십은 ‘소프트 리더십’으로 정의할 수 있다.
과거 해태타이거즈를 한국시리즈 9회 우승 반열로 이끈 김응룡 감독의 리더십은 ‘카리스마 리더십’ 그 자체였다. 게임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벤치 의자를 바닥에 집어 던진다거나 손목시계를 벽에 쳐서 부서뜨리기도 했다.
또 자신의 눈밖에 난 선수는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포스트 시즌경기와 같은 중요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았다. 선수들은 당연히 감독의 작전에 충실히 따를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팀플레이가 살아났다.
◆소프트 리더십
2008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을 금메달로 이끈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은 이와는 반대로 ‘소프트 리더십‘이다. 지시와 명령으로 선수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하기 보다는 선수들이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우리히어로즈에서 방출됐던 이종욱, 신고선수출신의 김현수 이익수 고영민도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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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엄격한 기준과 원칙은 있다. 두산베어스의 간판타자인 홍성흔을 밀어내고 채상병을 포수로 기용한 것, 당초 대표팀에 포함되었던 임태훈이 부진하자 과감하게 윤석민으로 대체한 것 등은 기본에 충실한 리더로서의 자질을 보여준다.
이번 올림픽 경기에서도 김경문 감독은 소프트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첫 경기인 미국전과 다잡았던 일본전의 승리를 날릴 뻔 했던 한기주를 다시 대만과의 경기에 내보냈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투수이기에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대만전에서 점수는 내줬지만 삼진 두 개를 잡으면서 한기주는 자칫 야구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었던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
1할 대 빈타에 허덕이던 이승엽을 꾸준히 4번 타자로 기용한 것 역시 믿음으로 표현되는 소프트 리더십이 있기에 가능했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후 인터뷰에서 “감독님께 미안했다”는 이승엽의 말에 김경문 감독은 “승엽이가 미안해 할 게 하나도 없다”며 “존재만으로도 팀타선에 힘을 준다”고 말했다.
리더십은 집단의 목표나 내부 구조의 유지를 위하여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집단 활동에 참여해 이를 달성하도록 유도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김경문 감독의 21세기형 소프트 리더십은 이 리더십 목적에 충실했고 결국 올림픽 금메달로 120% 목표달성을 이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