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리먼 매각' 월가 '태풍의 눈'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8.2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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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뉴욕 증시의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리먼브라더스의 매각 가능성에 뉴욕 증시가 하루는 울었고 하루는 웃었다.

◇ '일희일비' 뉴욕 증시



최근 리먼 매각 이슈에 처음 불을 지핀 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였다.

FT는 20일(현지시간) 리먼이 한국 산업은행(KDB), 중국 씨틱증권과 지분 50% 매각을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FT는 당시 리먼이 장부가액 이상의 가격을 요구했고 산업은행, 씨틱증권 등이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리먼 매각 불발 소식은 금융주들의 동반 하락으로 이어졌고 21일 뉴욕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하지만 하루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리먼은 22일 장에서는 호재가 됐다. 산업은행이 리먼 인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 덕분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산업은행측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리먼 인수도 그중 하나라고 밝혔다"고 이날 전했다. 이에 리먼은 13% 급등했고 나머지 금융주들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200포인트 가깝게 뛰었다.


◇ '점입가경' 리먼 매각

리먼 매각에 대한 관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FT는 리먼 자회사 매각 가능성까지 타전했다.

FT는 이날 수개 사모펀드가 리먼 산하 자산운용사 노이버거 베르만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이버거 베르만은 리먼의 핵심 부문. FT는 노이버거 베르만이 리먼이라는 왕관에 박힌 보석과도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FT의 평가대로라면 결국 노이버거 베르만이 빠진 리먼의 가치는 현저하게 추락할 수밖에 없다.

FT는 특히 이들 사모펀드가 노이버거 베르만 지분 50% 이상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노이버거 베르만 매각을 둘러싸고 새로운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재 노이버거 베르만 인수를 원하고 있는 사모펀드들은 DE쇼, GLG, 오스프라이 등의 헤지펀드들이 보유하고 있는 소지분 매입에는 흥미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GLG와 오스프라이는 리먼 지분 매각에 대한 거부권(veto power)을 갖고 있다. 이들은 언제든 지분 매각에 딴지를 걸 수 있다.

◇ '궁여지책' 자기 방어

한때 잘 나가던 투자은행 리먼에 대한 매각설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리먼은 다음달 중순 실적을 발표한다. 월가에서는 리먼이 이번 실적 발표 때 40억달러의 추가 상각과 함께 실적 전망을 하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먼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1년간 자산 상각과 신용 손실로 82억달러를 날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리먼에게 남은 것이 본사 건물과 불건전 모기지 자산으로 채원진 금고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리먼의 유동성은 메말랐고 언제든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수 있다. 리먼이 자회사는 물론 본사를 매각하려고 하는 것은 더 버티다 헐값에 팔리진 않겠다는 최후의 자구책과 같다.

업계 역시 리먼 매각이 순조롭게 풀리길 고대해야 한다. 리먼이 원하지 않는 적대적 M&A에 의해 붕괴될 경우, 여타 금융사의 가치도 동시에 추락한다. 가치가 떨어진 금융사들은 방어를 위해 더 많은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고 이에 금융권 불안은 한층 심화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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