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쿠르드사업에 그룹 참여 카드 '왜?'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2008.08.2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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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첫 자원외교 사업이란 상징성 커...실패할 경우 자원외교 책임론 부담...

정부가 답보상태에 빠진 쿠르드 '유전+사회간접자본(SOC)' 개발사업의 해결책 마련에 직접 나선 것은 이번 사업이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첫 결과물이란 상징성을 갖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이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방한했던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와 직접 만나 얻어낸 사업이다.



그러나 어렵게 얻어낸 자원외교 성과물들이 잇따라 무산 위기를 맞고 있어 당국엔 비상이 걸려있다. 쿠르드사업과 함께 또다른 자원외교의 성과물인 러시아 서캄차카 유전개발 사업도 최근 무산 위기에 처해있다. 러시아 정부가 돌연 탐사계약을 연장 해주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자원외교 책임론'이 비등하면서 정부가 '그룹사(社) 참여'란 비상 카드를 꺼내들고 나온 것이다. 석유공사가 주도하기는 하지만 민간부문이 추진하는 사업에 정부가 직접 해결책 마련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최근 종합상사와 에너지 기업 등 그룹에 속한 기업들이 속속 해외자원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원개발과 SOC 건설물량 수주가 결합된 사업모델은 그룹사들에게도 분명 매력적이다.

실제 경남기업의 경우 최근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에 대한 지분투자(5450만달러, 2.75%)로 관련 플랜트 건설을 동시에 수주,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경남기업은 사내 건설부문과 자원개발부문을 동시에 갖고 있는 업체로 이번 투자로 2010년부터 27년간 매년 4200만달러의 배당과 시공이익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쿠르드건의 경우도 8개 광구의 매장량이 19억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약 3년간 쓸 수 있는 규모다. 10%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이익이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1일 해외건설협회에서 대형건설사를 상대로 가진 사업설명회에서 경남기업의 이같은 사례를 들어 참여를 강력히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그룹사의 참여 방안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삼성물산ㆍSK에너지ㆍ포스코ㆍGS칼텍스 등 에너지 개발사업 경험이 있는 그룹 관계사를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시킨다는 게 정부의 궁극적인 구상이다.

하지만 걸림돌도 많다. 우선 사업지가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자치정부간에 석유이권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불안지역이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석유자원의 이권배분을 규정한 석유법이 곧 이라크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별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1000억원이란 막대한 돈을 장기간 묶어 놓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그룹 입장에선 "썩 내키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유력 그룹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최대 에너지기업인 SK에너지가 유전개발에 투자하는 총 금액이 연간 5000억원 정도"라며 "1000억원을 이라크 유전 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신중히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업체들 사정이 제각각이란 점도 문제다. SK에너지의 경우 쿠르드 바지안 광구에 대한 투자 때문에 이라크 원유수입이 중단되는 등 이라크 중앙정부에 밉보인 상황이어서 이번 사업 참여를 꺼리고 있다. 포스코도 최근 우크라이나 철광석 광산 개발을 추진하는 등 자원개발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자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광산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 유전개발은 생소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가 자원외교 책임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또 다른 졸속행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참석자는 "21일 모임 하루 전날 통보를 받아 사전정보가 전혀 없이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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